與圈 기밀누출 호들갑…野, 비판 일변도‘남북 정상회담 이후’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은 분단 55년만의 역사적인 남북정상 만남으로 얻어진 성과에 대해 차분한 점검과 의견 수렴을 거쳐 한반도 냉전체제 종식 및 항구적 평화 구축으로 이어가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권은 회담기밀 누출과 회담성과 알리기의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혼선을 거듭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국주도권을 의식, 회담성과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 일변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는 특히 정상회담 비밀 유출을 둘러싸고 소모적 정쟁까지 벌이고 있어 정상회담 결과를 남북관계 진전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내부 에너지 결집에 실패하고 있다는 질책을 받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 내부가 이같이 어지러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여권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여권은 당초 남북 정상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고 차분하고 냉철하게 접근한다는 자세였으나 정상회담후 당국자들이나 회담 참석자들이 경쟁적으로 성과 홍보나 ‘비화 알리기’에 앞장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담 내용 유출을 둘러싼 논쟁만 해도 무조건 야당의 공개를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야당이 공개하기 전에 이미 회담 관계자들로부터 민감한 기밀이 흘러나간 데 대한 반성과 조치가 앞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보도가 전제됐는데도 특정 언론이 보도했다 해서 이를 빌미삼아 대통령한테 들은 회담 내용을 모조리 털어 놓은 야당 역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정의 한 축인 한나라당이 독자적인 통일방안을 확립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비전이 없는 백화점식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한나라당의 대안 없는 비판은 정부 여당의 정제되지 않은 성급한 해명과 반박을 유도,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회 역시 남북 정상회담 과정의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설전으로 일관할 뿐 생산적 토론 등을 통한 ‘남북 정상회담 이후’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TV 중계를 보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과의 회담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밀리더라”고 주장, 여당 의원들이 격렬히 비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통외통위에서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순안공항 영접을 우리측이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한 야당측 추궁을 놓고 통일부 장·차관의 답변이 달라 혼선을 빚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있었다.
남북문제의 한 전문가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 냉천체제를 해체하고 남북교류 확대와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평화를 정착시켜 나갈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회담은 출발점에 불과하다”면서 “여야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국민 등 우리 사회 모든 부문이 신뢰를 기초로 지혜를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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