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않고 아이만 가질래!"싱글 마더(Single Mother).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를 임신한 미혼여성을 말한다. ‘이프(if)’는 도전적이다. 부계중심 사회를 부정한다.
여성의 생산성을 중시하는 생태주의이고 진보적 페미니즘이기도 하다. 그래서 ‘싱글 마더’를 선언한 캐리어 우먼인 하영(이혜영)은 당당하고 예쁘다.
‘이프’는 사회 고발적이다. 하영과 정반대편에 있는 바람둥이 잡지사 기자 선우(유태웅)를 통해, 또 비뇨기과 의사인 하영을 찾는 사람들을 통해 현대인의 성의식과 세태를 꼬집는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성적능력 만을 중시하는 남성들의 태도, 여성의 결혼거부와 독립선언을 곧 프리섹스로 인식하는 사회통념을 코믹하게 공격한다.
포경수술 장면과 아이 분만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역시 영화 표현상 하나의 도전일 수 있다.
어설프지만 단순하게 이런 길을 끝까지 고집했다면 나름대로 논쟁적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프’의 목적은 페미니즘도, 새로운 도전도, 비판도 아니었다.
웃음과 휴머니즘과 선정성을 적당히 버무린 팬시 상품이고자 했다. 그것이 더 상업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싱글 마더는 자극을 위한 소재에 불과했다.
마치 CF처럼 이혜영의 깔끔한 모습만 보여주다, 아이의 출산을 계기로 정반대 가치관을 가진 두 남녀에게 깨달음을 주며 결합시키는 해피엔딩. 초반의 도전적 설정을 완전히 뒤집는 허탈하고 진부한 결말이다.
그 로맨틱한 운명을 위해 영화는 남녀의 체질(꽃향기 알레르기)과 혈액형까지 같게 만들었다.
아이와 산모에게 전원생활이 좋다고 하자 느닷없이 산속 통나무집으로 가고, 그곳에 남자가 아이 신발로 장식해 놓은 방을 보고 여자가 감격하는 식이다.
‘접속’의 CG(컴퓨터그래픽) 담당이었던 CF 감독출신 한덕전의 데뷔작. 생명의 시작을 꽃의 수정으로 표현한 프롤로그의 컴퓨터 그래픽은 깜찍하고 즐겁다. 24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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