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與사과" 촉구…與 '확전'은 경계김대중 대통령이 17일 이회창 총재와의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소개한 정상회담 내용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논의한 주한미군 문제 노동당 규약 개정과 국가보안법 개폐의 연계 문제 등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공보수석은 이 부분에 대해 이총재가 영수회담후 당사로 돌아가는 차중으로 전화를 걸어 비공개를 요청했고 당사 도착후에도 다시 같은 부탁을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이총재의 구술을 받아 발표한 영수회담 내용에는 이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19일 국회 본회의 정상회담 결과 보고에서 “김대통령과 김국방위원장은 주한 미군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또 20일자 중앙일보가 노동당 규약 개정문제를 보도한 것도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빌미가 됐다.
노동당 규약부분은 19일 저녁 김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단과 가진 만찬 석상에서도 비보도를 전제로 소개됐다. 이에 권대변인은 “청와대의 이중적 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20일 오전 회담 내용을 모두 공개해 버렸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박 통일장관의 국회 보고는 김대통령이 이총재에게 설명한 내용에 비해 훨씬 추상적인 수준이며, 중앙일보 보도도 청와대의 뜻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 한나라당 입장
"책임떠넘기기 李총재가 격노"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22일 또다시 성명을 내고 남북정상 회담 기밀 유출과 관련한 여권의 태도를 맹렬히 비난했다. 권대변인은 “물러나는 (여당) 대변인 입을 통해 ‘국가기밀을 털어놓은 야당총재는 이총재가 처음’이라느니 ‘국익에 대한 분별력이 없고, 신사가 아니니’하는 육두문자식 비난을 늘어놓았다”면서 “이런 몰상식한 용어를 쓰는 집단과 정치를 논해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고 성토했다.
이총재의 핵심 측근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적반하장식 덮어씌우기에 대해 이총재가 격노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국회 보고와 언론사 사장단 만찬 등을 통해 주한미군 역할 인정과 노동당 규약 개정 용의를 발설한 것은 성과과시에 안달이 난 여권이 아니었느냐”면서 “권대변인이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한 영수회담 대화록을 밝힌 것은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상 비공개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곰곰이 짚어보면 미필적 고의가 없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박통일장관의 보고를 빌미삼아 공개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공개하며 재뿌리기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들이다. /홍희곤기자
■ 민주당 입장
지금부터라도 초당적 지원을"
민주당은 ‘남북 정상회담 정보유출’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측을 강하게 비난했지만 확전은 바라지 않는 눈치다. 자칫 정쟁으로 흐를 경우 정상회담 의미 자체가 왜곡, 후속조치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22일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과 여러차례 통화끝에 정보유출 책임과 이총재에 대한 비난을 상쇄하고 대화기조를 유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측은 그러나 한나라당이 여야 영수회담에서 비공개키로 한 내용을 이런저런 핑계를 앞세워 ‘고의적으로’유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상회담의 성과에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는 저의가 드러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측의 ‘사과’요구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실책을 덮기 위한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나아가 “지금부터라도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초당적 자세에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측으로선 정보유출이 한나라당만을 통해서 뿐만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이뤄졌다는 점은 곤혹스런 대목이다. 민주당측이 뒤늦게 여권내에 ‘함구령’을 내리고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조기에 ‘봉합’하려는 것도 이런 곤혹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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