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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건주의'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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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건주의' 혼란스럽다

입력
2000.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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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 실현에 매달려야 할 정부가 내부의 혼선을 수습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은 보기에 정말 딱하다. 당국자들의 사려깊지 못한 한마디 한마디들이 오늘의 이런 혼선을 자초한 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함없이 회담성과에 자가도취돼 내뱉은 말들이 결국 우리발목을 붙잡는 꼴이 됐다. 혼선의 유발 책임도 결국 정부가 져야 할 멍에임에 틀림없다.최근 정부의 관리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사안들이 여과없이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두 정상간에 논의된 지극히 민감한 사안들이다. 상호 신뢰가 구축되기 까지는 가급적 보안이 유지돼야 할 사안 들이다.

이른바 ‘대외비’ 여야 할 중요 정보가 버젓이 언론에 유출되는가 하면, 특정 사안을 두고 당국자끼리 엇갈린 주장을 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상회담을 차분히 준비했던 초심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저마다 공명심에 불타 ‘한건주의’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우리내부의 혼선이 행여 정상회담 정례화는 물론, 순조로운 관계개선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두 정상간에 이해를 돕기위해 나눈 얘기는 보안이 생명이어야 한다. 예컨대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얘기는 공개되면 김 위원장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안은 국회에서 통일원 장관 입을 통해 태연하게 나왔다.

노동당 규약 수정과 관련된 김 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된 과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각계에 ‘비보도’ 조건으로 많이 알렸다. 결과적으로 일반국민과 북측에만 비밀로 남기를 바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알권리를 빙자, ‘비보도’ 약속을 깨고 보도했다. 비난받아 마땅한 얌체짓이다. 또 이를 빌미로 역시 비공개 약속을 허문 야당의 자세도 볼성 사납긴 마찬가지다.

더욱 한심한 일은 김 위원장의 공항영접 사전인지여부를 둘러싸고 통일부 장·차관이 국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일이다. 과연 이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조직인가를 심각하게 반문케 한다. 이 모든 혼선은 정상회담이 비선조직 중심으로 추진된 나머지 관계기관간의 의견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당국자들의 허술한 보안의식과 저마다 한건주의에 대한 공명심 때문에 혼선은 예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해이된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 회담성과를 부풀리기 보다는 실천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우선적으로 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입력시간 2000/06/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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