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성의 지위와 흔들리는 가정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부인 김영숙은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사회주의국가에서 최고지도자의 부인들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관례이긴 하지만 이번의 경우 김대중부인 이희호여사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리란 기대가 적지 않았던 편이다.
토목기사로 일하다 97년 탈북한 장인숙(58·여)씨는 “84년 김일성이 유럽순방당시 부인 김성애를 동반한 이래로 부인이 공개석상에 나온 적이 없다.
북한사람들도 김영숙에 대해 함북 청진 도안정국의 교환수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84년 순방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환영을 받는 김성애의 모습이 나중에 필름에서 삭제돼 버렸을 정도로 부인들의 모습은 외부의 시선에서 철저히 차단돼 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숙명여대 생활과학부 박미석교수는 “가부장권이 강한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탈북여성들을 대상으로 북한여성의 실태에 대해 조사한 그는 “여성들은 군사·정치활동, 노동참여등 남자와 동등한 의무를 지지만 가정에 돌아오면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등 이중의 부담을 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정내 의사결정권도 주로 남편에게 있다.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남한에서는 주부의 87.7%가 결정권을 갖지만 북한에서는 24.4%의 주부만이 결정권을 갖는다.
‘결혼보다 일이 먼저’인 남한여성과는 달리 북한여성은 일단 결혼해야 사회적인 보호를 받게 된다. 장씨는 “남편이 있는 경우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배급표가 나오지만 남편이 없는 여자는 학습, 동원에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헌법에 ‘가정을 말단세포’로 명시, 가정보호 정책을 취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이혼도 쉽지 않다. 법적으로 이혼이 성립되는 경우는 배우자가 성적 불구이거나 정신병자인 경우, 교화소(감옥)에 들어가는 경우로 국한돼 있다.
그러나 장씨는 “최근에는 생활난때문에 헤어지는 경우도 늘어난다”고 전한다. 국가중심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가정도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여자들은 비사회주의하고 남자들은 사회주의 지킨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여자들이 보따리장사, 밀주장사등 지하경제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벌이로 가계가 유지되면서 여성의 가정내 위치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벌이가 좋은 여성들이 남편을 ‘우리집 자물통’이라고 부르는등 가정불화를 빚기도 한다는 것.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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