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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내칠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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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내칠순 없어요"

입력
200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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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의료원 황정연 과장“몰려드는 환자를 돌보느라 몸도 마음도 피곤하지만 찾아오는 병자를 내칠수는 없잖습니까.”

국립의료원 응급실을 홀로 뜬눈으로 지키며 1인5역을 하는 황정연(黃淨淵·45)응급의학과장. 그의 얼굴은 큰 전투를 치른 사람처럼 피곤과 초췌함으로 가득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눈만은 여전히 진지하다.

19일 오후부터 시작된 응급실 당직이 오늘로 벌써 3일째. 20일에는 새벽3시, 21일에는 새벽2시에 퇴근, 옷만 갈아입고 다시 출근했지만 오늘은 집에 들어갈 기약조차 없다. 매일 100여명의 응급환자가 몰려들고 그나마 21일 오후부터는 환자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전공의들이 사표를 내고 대거 폐업에 동참하면서 응급실은 모두 황과장의 몫이 됐다. 그는 자기 진료실은 물론 응급실 의자에도 제대로 앉아보지 못하고 온종일 서서 환자를 돌봤다.

정형외과와 일반내과에서 2명의 전문의가 지원을 나왔지만 이들은 외래와 입원병동을 번갈아 돌봐야 해 ‘붙박이 지킴이’는 황과장밖에 없다. 3박4일간 한숨도 안자고 일해본 경험이 있어 아직은 견딜만 하지만 폐업사태가 계속되면 얼마나 견뎌낼지 의문이다.

“병원과 간호사, 환자,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만도 한시간에 수십통이 넘어요. 응급실 1차진료와 기존 환자처방, 진단서 발급 등 1인5역을 해내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환자들이 짜증을 낼 때마다 ‘폐업상황이니 이해해 달라’고 일일히 설명까지 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황과장을 괴롭히는 것은 동료들의 폐업을 병원에서 지켜봐야 하는 ‘남은 자의 고통’이다. 그는 “의사 폐업에 대해 같은 동료로서 뭐라 말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심한 심적 갈등을 내비쳤다. 의약분업안에 대한 불만도 있고 폐업의들의 입장도 수긍하지만 폐업을 무조건 지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폐업취지는 이해하지만 의사로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외면할 순 없잖아요. 정부와 의사들이 대화를 통해 조속히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 더이상 불행한 사태가 없기를 고대합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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