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집단폐업 이틀째인 21일 전국의 대형병원 등에는 병세를 참으며 상황을 지켜보던 응급환자들이 찾아드는 등 전날보다 2~3배나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의료공백’현상이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특히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이 분만할 병원을 찾아 다니느라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임신 34주째인 이모(26·경기 남양주시 지금동)씨는 20일 오전1시20분께 양수가 터지면서 갑자기 조산기미를 보여 119구급차를 타고 산전진찰을 받던 인근 산부인과에 갔으나 폐업으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이씨는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J산부인과와 H병원 등을 1시간 넘게 전전하다 결국 서울 D병원에서 출산을 했다.
임신 7개월째였던 차모(33·경기 용인시 수지읍)씨도 19일 오후 3시께 동네병원 의사로부터 “조산기가 있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고 성남시 A병원과 서울 S·N병원 등을 떠돌다 결국 33시간만인 이튿날 자정무렵에야 집에서 80㎞ 떨어진 일산 백병원에서 출산한 사실이 확인됐다.
○…폐업에 동참한 수도권 동네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환자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3,360여개 동네의원 가운데 3,060곳이 이번 폐업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그러나 폐업동참 의원들 가운데 10%정도는 드러내지 않은 채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가 마련한 피해신고센터에는 이날도 병원측의 진료거부를 비난하는 피해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뇌출혈로 쓰러진 응급환자를 데리고 여의도 S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고발’한 한 보호자는 “겨우 화곡동의 한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켰지만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라며 “사람이 다 죽어가는데 모른체 하다니…”라고 울먹였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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