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통일이 전한 '뒷얘기'박재규 통일부장관은 2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뒷얘기를 풀어놓았다. 박장관은 14일 남측 주최 만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란히 앉아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박장관은 먼저 김위원장이 “술이라면야 박(통일)장관이 나보다 한 수 위”라고 말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위원장이 “원샷하자”고 제의,“술을 끊었다”고 답하자 “그러면 앞으로 통일사업을 안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묻더라는 것. 박장관은 “그러면 먹겠다”고 받아 마시기 시작, 수차례 서로 원샷을 거듭했다.
만찬 코스 메뉴로 송이버섯 요리가 나오자 김위원장은 대뜸 “남쪽에서 버섯이 많이 나느냐”고 물었다.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해 국내에서 비싸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 많다”고 했더니 “북쪽에도 깊은 산에 가면 버섯이 많다. 올 가을 김대통령과 수행원들에게 꼭 송이버섯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측 예술 분야도 화제에 올랐다. 김위원장은 “과거 예술단 교류때 음악회를 보면 북측 인민들에게 맞지 않는 노래를 남측 가수들이 불러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위원장은 또 “조용필은 요즘 어디갔느냐, 이미자 심수봉 김세레나 은방울 자매는 뭐 하느냐”고 관심을 표시하면서 “이런 연애인들을 주축으로한 예술단을 보내면 양쪽 문화교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또 “남측 뉴스를 거의 다 듣고 영화도 가끔 구해서 본다. 임권택도 알고 있다”며 영화광답게 ‘쉬리’와 ‘축제’를 비교했다. 김위원장은 “축제는 좋더라. 유사한 영화를 남북이 합작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한 반면 쉬리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위원장은 “있지도 않은 것들을 만들어서 해외에까지 판매하면 북측에서도 유사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남북 평화와 협력을 위해 이런 영화를 안 만들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박장관이 조속한 시일내에 서울 답방을 요청하자 김위원장은 “김대통령과의 합의사항이 잘 추진되고 한 두 사람이 먼저 남측으로 가 교류한 뒤 언제가 좋을 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위원장은 만찬 끝무렵에 “앞으로 여러 대화를 잘하자”는 뜻이라며 만찬 메뉴표에 ‘대한민국 통일부장관’이라고 적고 자신의 이름을 ‘경사체’ 친필로 사인해 박장관에게 기념으로 줬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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