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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티CF 왜 뜰까

입력
200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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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촌티를 "즐거운 컬트"로 수용“아버지, 나는 누구예요? ”

지린내가 묻어날 것 같은 어두침침한 달동네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장난처럼 주고받는 존재론적 질문.

어딜봐도 낯설고 기괴스런 이동통신 016 Na광고로 한국통신 프리텔은 한달 만에 신규 가입자 20만을 유치했고 이 불량스럽고 키치스런 소년은 단박에 스타가 되었다.

■왜 어글리모델인가?

모델 박용진은 ‘모델’이라는 말에 어폐가 있을 정도로 특이한 골격에 후줄근한 런닝셔츠를 입고 다분히 불량기를 풍긴다.

이 광고를 제작한 박명천 감독은 박군의 얼굴로 빈티, 불량기 등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골격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타입 캐스팅(type casting), 즉 예쁘고 귀여운 모델의 전형을 벗어나 한 사람의 인상이 주는 메시지를 읽어내고 그에 맞는 캐스팅을 하는 경향이 보편화돼 있다.

박용진은 단순히 못생긴 것이 아니다. 3행시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웃음의 코드인 발칙함과 생뚱스러움을 그는 담고 있다.

■왜 지저분한 뒷골목인가?

이 광고는 일종의 과장된 리얼리티다.

구질구질한 산동네와 어두컴컴한 방구석, 런닝셔츠 바람의 중년 아저씨. 21세기 네트워크 세상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현실이다. 광고는 그들을 핸드헬드(들고찍기) 기법으로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드라마라면 그냥 ‘리얼리티’다. 하지만 광고이기 때문에 이런 장치들은 ‘키치’이자 ‘엽기’가 된다.

사실 이 광고를 만든 박명천 감독은 ‘엽기’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간 우리가 밝고 예쁜 빅모델 광고에 너무 익숙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런 방식으로 ‘동경’을 유발해서는 절대 소구력(所구력)을 가질 수 없다.

촌티패션과 3행시는 이미 엽기나 저질스런 키치(Kitsch)가 이들의 문화코드가 되었음을 보여 준다.

때문에 이들은 어항을 깨는 물고기(TTL), 괴기스런 가면(마이크로 아이) 등 충격적인 이미지를 신선하게 수용했고, 나아가 경찰서 취조장면(하이홈 닷컴), 뒷골목에서 ‘쵸코바로 맞는’장면(스니커즈) 등 어른들이 질색하는 지저분하고 불량스럽고 촌스러운 일상까지도 즐거운 컬트광고로 받아들인다.

■왜 선문답인가?

단순히 모델의 키치적 인상 때문에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맥락없는 유머는 없다.

이 광고도 모호함 속에 세대간의 인식단절과 혼란이라는 메시지를 냉소적으로 찔러 넣고 있다.

“이게 또 시작이야”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어?”아들의 도발을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며 세상살이의 연륜으로 ‘한 수’가르쳐주려는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 또한 만만찮은 푼수끼를 보인다.

‘그래봤자 별 게 있냐…’이 광고는 이렇게 아이들의 도발과 어른의 위엄 모두를 비웃고 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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