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형 내시경 개발 세계 경쟁9일 개소식을 가진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단 박종오(한국과학기술연구원)단장은 최근 외신 보도에 깜짝 놀랐다. 10년 목표로 개발에 착수한 3㎝길이 캡슐형 내시경이 이미 해외에서 개발됐다는 보도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기븐 이미징(GIVEN Imaging)사가 개발, 영국 로얄런던병원 폴 스웨인박사가 10여명의 환자에게 실험을 한 비디오 캡슐(모델명 M2A)이 최근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보고돼 소화기관을 찍은 영상이 공개됐다.
지능형 마이크로시스템 개발사업은 연 100억원의 최대규모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프론티어사업 중 하나. 캡슐형 내시경은 케이블이 달리지 않고 알약처럼 삼켜 환자에게 고통이 없는 미래형 마이크로 의료기기로 전문가들은 아직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이 예측은 하루아침에 뒤집어졌다. 사업단의 포부는 이미 물건너 간 걸까.
박박사는 개발된 비디오 캡슐의 기술수준을 면밀히 분석, “프론티어사업의 연구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엇비슷한 연구목표를 통해 캡슐형 내시경의 현실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것. 박박사는 대신 3년 뒤 중간 상품(병변 촬영·진단·투약 캡슐)을 개발키로 단계별 목표를 긴급히 수정했다. 세계 연구진의 치열한 공개 경쟁이 불붙은 것이다.
기븐 이미징사가 발표한 비디오 캡슐은 지름 1.1㎝, 길이 3㎝로 우리 사업단의 목표와 비슷하고 삼킨 후 장의 연동운동으로 24시간 뒤 자연배설토록 돼 있다.
소형 배터리는 5-6시간동안 촬영이 가능하며 허리에 찬 수신기에 영상을 녹화한 후 나중에 컴퓨터에서 분석할 수 있다.
결정적 한계는 체외에서 움직임을 제어하거나 조직을 떼어내는 등 내시경으로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 없다는 점. 비디오 캡슐은 촬영한 영상을 송신할 수만 있을 뿐 수신기나 구동장치 등은 전혀 없다.
사업단에 참여하는 전문의들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원하는 곳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야 내시경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사업단이 목표로 삼고 있는 캡슐형 내시경은 체외 제어신호를 수신받아 움직일 수 있고 마이크로 렌즈, 마이크로 생검(生檢)장치, 마이크로 주사기, 약물을 투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 펌프, 경도 온도 산도 냄새를 검출할 수 있는 센서, 1시간짜리 소형배터리 등을 갖출 계획이다.
박박사는 “기븐 이미징사의 비디오 캡슐은 초소형 CCD카메라가 가장 의미있는 기술”이라며 “대단히 센세이셔널한 홍보에는 성공했지만 궁극적 상품개발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박사는 무선 송수신기 개발을 맡은 과제책임자에게 기븐 이미징사의 기술을 벤치마킹하거나 아웃소싱하는 방안 등 과제목표를 재설정하도록 다그쳤다. 7월말에는 직접 이스라엘로 가서 기븐 이미징사의 기술수준을 살피고 공동연구 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인체 속을 누비고 다니는 초소형 잠수함이 그려진 것은 1966년 공상과학영화 ‘환상적 여행’에서였다. 그 환상 여행을 현실화하기 위한 경쟁은 시작됐다. 10년 뒤면 승자가 밝혀진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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