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벌이는 불법파업에는 엄중대처 해야 한다.”“충분히 예견된 상황인데도 손놓고 있다가 협상력을 상실한채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는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전국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는 사상 초유의 진료마비 사태가 벌어진 20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호통소리로 가득찼다. 차흥봉(車興奉) 보건복지부장관은 16대 국회 첫 출석부터 사퇴를 요구받는 등 호된 추궁을 당했다.
하지만 의료대란이 올초부터 예고됐던 사태라는 점에서는 정치권도 ‘면죄부’를 받긴 힘들 것 같다. 의사-약사-정부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고집하며 충돌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조정을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 폐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에야 여당은 부랴부랴 의사협회 관계자들을 찾아가 설득에 나섰고, 야당은 난데없이 6개월 연기방안을 내놓는 등 국민의 눈을 의식한 시늉만 했을 뿐이다. 정치권 나름대로 속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국회 기능이 장기간 중단되는 것이 상례였고, 올해도 총선을 전후로 국회가 6개월 가까이 사실상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임위 활동이 어렵다면, 여야 정책위 관계자들이라도 얼굴을 맞대고 한번이라도 사전에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일이 다 터진 후 상임위를 열어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는 호통을 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목숨이 경각에 놓인 환자를 거리로 내몬 ‘히포크라테스’들이나,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민생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선량들이나, 답답하고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박천호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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