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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칼럼] 통일과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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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칼럼] 통일과 헌법

입력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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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에는 ‘통일과 헌법'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분단을 관리하고 통일을 제도화할 헌법 정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 독일과 우리 사정이 다를 것은 없으나 그 구체적 양상은 좀 다르다.독일 헌법상의 분단 관리는 구(舊) 서독 헌법(연방기본법) 전문(前文)의 맺음말과 제23조의 편입(編入)조항으로 요약이 된다. 이런 내용이다.

“독일 전체 국민은 자유로운 자기결정에 의하여, 독일의 통일과 자유를 성취할 사명을 진다.”

“이 기본법은 (여기 이름을 열거한) 제주(諸州= 서독의 11개주) 영역에서 우선 시행한다. 독일의 여타 지역(동독의 5개주)에 대하여는 (연방)편입 후에 효력이 발생한다.”(괄호안은 필자註)

독일 연방이 과도기적 체제인 것과 민족자결 민주 흡수통합의 통일원칙을 밝힌 것이다. 90년 10월의 통일헌법은 앞의 기본법 제 23조를 삭제하고 그 전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것으로 ‘통일과 헌법’ 문제의 마무리를 선언했다.

“독일 국민은 …독일의 통일과 자유를 성취하였다. 이로써 기본법은 독일 전체국민에게 적용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

우리 헌법 제4조의 이른바 통일조항은 앞의 서독 헌법 전문과 같은 취지다. 72년 유신헌법에서 비로소 삽입된 규정이다.

그러나 서독 헌법 제23조에 해당하는 우리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은 좀 다르다. 제헌헌법 이래로 일관되게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분단관리 보다는 나라의 정통성을 앞세우고 있다.

이것은 건국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로 해서 우리의 ‘통일과 헌법’ 문제가 혼란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실체를 부인하는 영토조항과, 북한의 실체를 상정한 통일조항의 모순이 너무 심각하다. 그래서 우리 헌법학계의 학설도 어지럽게 엇갈린다. 울산대학교 도회근(都會根)교수가 정리한 것을 보면 헌법 제3조의 해석을 둘러싼 학설은 여덟이나 꼽을 수가 있다.

그 한 쪽 끝의 학설은 영토조항의 당연한 귀결로 북한을 반국가 불법집단으로 본다. 법원 판례의 경향도 같다. 반면 다른 한 쪽 끝의 학설은 영토조항은 통일의 독소(毒素)조항임으로 당장 개정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중간에 다양한 절충설이 자리한다. 북한의 법적지위만 해도 독립국가, 사실상의 정부, 교전단체, 국가가 아닌 실체등 다양한 의견이 엇갈린다.

여기에 6.15선언 제2항의 “연방”이나 “연합”을 투영하면 어떨까. 그 때의 북한 실체는 어떻게 설명할까가 궁금할 지경이다.

이 같은 혼란은 학계만의 일이 아니다. 인식의 혼란을 일으킬만 한 일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우리 대통령은 헌법상 영토조항을 수호할 의무와 통일조항을 이행할 의무(제63조②③)를 동시에 지고 있다. 영토조항에 뿌리를 둔 국가보안법과, 통일조항에 연유한 남북교류 협력법이 나란히 시행되고 있다.

아무리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이중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또 평양(平壤)충격이 없더라도 혼란을 느낄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정리하지 않고는 더 이상의 남북관계 진전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지금 있어야 할 것은 홍보 이상의 설득이란 생각이 든다. 합의점을 찾기 위한 대토론도 아쉽다. 그 토론의 장은 국회가 제격이다. 남북관계의 초당적 협력도 토론을 통한 초당적합의를 전제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대 토론은 헌법 제72조(통일정책 등의 국민투표)까지를 염두해 둘 정도로 투철했으면 한다. 6.15선언은 그 만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헌법절차를 통한 통일 국론(國論)의 합일(合一)이 우리 통일 역정에 다시없는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본사 상임고문 김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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