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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 '폐업' 즉시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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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 '폐업' 즉시 철회하라

입력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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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설마 하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문전축객을 당한 노인환자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다니다 14시간만에 숨졌고, 폐업을 앞둔 의사의 권유로 분만촉진제를 맞고 태어난 신생아가 숨졌다. 사고로 다친 사람들이 문 연 병원을 찾아 헤매다 응급처치가 늦어져 중태에 빠진 경우도 있다. 노인이 제 때 진료를 받았거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태어났다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는 목숨이기에, 국민의 분노는 클 수밖에 없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자신들의 권익을 찾는다는 구실로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하는 의료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은가. 법과 제도의 잘못으로 권익을 침해당했다면 그 침해받은 시민이 정부를 상대로 권익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 방법은 정당해야 한다. 시위를 하든, 성명을 내든, 삭발·단식을 하든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미치지만 않는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좋다. 그러나 고객인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압력수단을 삼는 것은 직업인의 도리도 아니고 의료인의 할 짓은 더욱 아니다.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 정부를 움직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국민의 지탄을 받아 결국 권익보다 더한 것도 잃게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의사들은 이번 일로 의약분업에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으므로 이 정도에서 폐업시위를 철회해 주기 바란다. 의대생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거리로 뛰쳐 나오고,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교수직 사퇴를 결의하고 나서, 사태는 의료공황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집단폐업 투쟁을 주동한 의협 간부들을 구속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제도 시행에 협조하던 약사들도 의사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제도를 보이콧할 태세다. 의료인들의 권익침해가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들, 환자들이 죽어 나가고 의사들은 교도소에 가고 의과대학은 비어버리는 이 전대미문의 혼란을 모른척 한단 말인가.

정부와 여당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시행 3개월 안에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하고 있다. 문제는 있지만 의약분업이 필요한 제도라는 것을 의료인들도 인정하면서, 요구를 100% 관철하려는 태도는 누가 보아도 과욕이다. 의약품 재분류, 처방료와 조제료 현실화, 약사법 개정 등 의료인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데도 폐업을 계속한다면 투쟁명분마저 잃게 된다.

우리는 의료인들에게 인술(仁術)을 요구하지 않는다. 남자도 여자도 자유인도 노예도 차별하지 않고 오직 병자에게 이익만을 주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이행을 요구할 생각도 없다. 다만 고객에게 고통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최소한의 직업윤리라도 회복해 줄 것을 요청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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