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난개발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국민적 관심과 논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난개발로 파헤쳐진 국토는 원상회복이 어렵다. 우리는 그 치유에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부담은 후손들까지 떠안게 될 것이다.난개발문제의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가 국토와 토지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나 철학조차 나눠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와 토지는 교육 환경 교통 등과 같은 공공재(公共財)다. 국토와 토지는 훌륭히 가꾸어 낙토로 건설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공공재로서 소중한 땅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철학이 공유됐다면 정부는 대안 없이 규제를 풀지 않았을 터이고, 지자체도 개발허가를 남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민간도 이익에만 급급해 마구잡이로 파헤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토지는 마구잡이로 개발돼서는 안된다. ‘등고람원(登高覽遠)’이라는 말처럼 자손만대에 물려줄 하나밖에 없는 국토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낙토가 되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개발돼야 한다. 국토문제는 정권과 정부를 초월해야 하는 것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이다.
다음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난개발의 의미이다. 요즘은 하도 난개발의 폐해가 부각되다 보니 개발 자체가 그릇된 일로 비추어지는 착시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개발은 해야 한다. 핵심은 어떻게 개발을 하느냐이며 사회적 관심과 논의도 이 쪽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국토를 어떻게 환경친화적이며 경제성있게 개발하느냐가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개발 편의성 때문에 농지를 개발, 잠식했는데 농지는 4,700만 인구와 굶주리는 2,500만 북한주민의 장래 식량원으로서 식량안보 차원에도 더 이상 개발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우리는 다행히 국토의 73%나 되는 넓은 산지와 구릉지를 갖고 있다. 이것을 쓸모없는 잡목으로 우거지게 만들 것이 아니라 환경과 개발이 조화되는 국토환경관리체계를 구축해 환경도 보존하면서 공장도 짓고 집도 지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 새천년 국토개발의 방향이다. 난개발을 치유하고 방지하는 일도 21세기 국토개발의 방향정립이라는 큰 틀 속에서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난개발의 방지대책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광역개발계획이지만 국토 전체의 디자인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광역적 난개발이 될 것이다.
/김용채 한국토지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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