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수가 올리고 약값차익은 어렵게일본은 우리보다 의약분업의 역사가 길지만 진료권과 조제권의 완전 분리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불완전 분업이다. 1956년 의사법과 약사법 등을 개정, 정비를 마쳤지만 폭넓은 예외규정을 통해 사실상 의사의 조제권을 인정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의사법은 약의 조제·투여가 필요할 경우 의사는 처방전을 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는 있다. 그러나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는 물론 의사의 임의적 판단에 좌우되는 ‘환자에게 불안을 줄 가능성’등 다양한 예외를 인정했다. 처방전 발행 의무를 위반해도 5,000엔 이하의 벌금이 고작이다.
약사법도 약사가 약을 조제할 수 있는 장소를 약국에만 한정하지 않고 병원·진료소의 조제실까지 범위를 넓혀 놓았다. 그러니 의사들이 원외 처방전을 발행할 리가 없었다.
이름뿐인 의약 분업의 정착을 위해 정부는 의사들의 실익을 보전해 주는 유인책을 취했다. 74년 50엔이던 원외 처방전 발행수가를 500엔으로 올렸다.
아울러 의사들에 대한 압박책도 병행추진됐다. 약제의 의료보험 수가를 잇달아 끌어 내려 ‘약값 차익’을 확보하기 어렵도록 몰아 나갔다. 그 결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제실을 없애는 병원이 늘어났다. 자연히 원외 처방전 발행률도 93년 15.8%에서 99년 6월에는 33.6%로 높아졌다.
한편 ‘의사의 처방전 발행’과 함께 의약분업의 다른 한 축인 ‘약사의 임의 조제 금지’는 거의 완전하게 정착됐다. 우리나라 처럼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해 온 오랜 관행을 생각하면 일본의 의약 분업은 33.6%가 아니라 이미 66.8% 정착한 셈이다.
약사의 임의 조제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만엔 이하의 벌금, 또는 그 병과’를 규정한 약사법 조항을 최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의사의 의약 분업 위반 행위에 대한 벌칙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가 가능했던 것은 전문성에 대한 일본 사회 전반의 인식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