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대응 비난빗발… 되레 약사계까지 자극“정부는 뭘 했나요?” 폐업한 병·의원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은 비난의 화살을 정부에도 겨누고 있다.
진료권을 스스로 방기한 폐업 사태의 1차 책임은 분명 의사들에게 있지만 이 지경에 이르도록 속수무책으로 일관한 정부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종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 화(禍)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9년3월 약사법개정안이 공포돼 갈등이 불거진 뒤 의료계가 집단폐업을 강행하기까지 정부가 보여준 대응방법과 인식은 한마디로 낙제점에 가깝다.
정부는 이달초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폐업을 결의했을때만 해도 ‘반신반의(半信半疑)’했었다. 설마 환자의 진료를 포기하면서 까지 한꺼번에 병원 문을 닫겠느냐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의료계는 4일 정부 과천청사 앞 운동장에서 3만여명의 의사와 전공의(레지던트 및 인턴)들이 모인 가운데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 의사대회’를 개최, 한껏 ‘세(勢)과시’를 하면서 정부를 코너로 몰아넣었다.
다급해진 정부는 뒤늦게 9일 의료계 임원진과 공식 대화에 나섰으나 팽팽한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대화가 겉돌자 정부는 13일 돌연 ‘폐업중지명령’ 및 ‘사표 전공의 입영조치’라는 초강수 ‘채찍’을 발표했다.
그러나 도리어 화근이 됐다. 의료계는 모든 대화중단을 선언하고 집단폐업 강행을 확인했다. 정부가 상황판단을 잘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집단폐업일이 다가오면서 정부는 처방료 인상, 주사제 분업예외 확대 등 마지막 선물을 내밀었지만 허사였다. 특히 주사제 부분의 경우 ‘잠자던’ 약계마저 자극시켜 의·약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한 교수는 “정부가 의료계 집단폐업 계획에 치밀하게 대처했다면 폐업강행이라는 파국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태를 대하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한 해결이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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