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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최연소 프로골퍼

입력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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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웹과 겨뤄 보고파"올해부터 프로선발의 나이제한이 폐지되면서 지난 4월 14세짜리 여중생이 2등으로 프로테스트를 통과, 국내 최연소 프로자격을 획득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여중생은 한 달뒤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부리그 미사일드림투어 1차대회서 프로데뷔 1개월만에 우승, 또다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충격의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않았다. 지난 달 열린 KLPGA투어 한솔레이디스오픈, 밀리오레여자오픈에서는 한참 언니뻘되는 정상급 선배프로들을 제치고 공동 5위와 공동 3위를 차지, 신데렐라의 탄생을 알렸다.

이선화(천안 서여중3). ‘한국의 캐리 웹’을 꿈꾸는 소녀. 그린에서는 나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진중하다. 하지만 개인시간에 재잘거리고 깔깔대는 모습은 역시 나이를 못속이는 철부지다.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골프클럽에서 비지땀을 쏟고 있는 그를 만났다. 대회마다 캐디를 맡는 아버지 이승열(42)씨와 이선화를 지도하는 손흥수(56)프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 4월 최연소로 프로테스트를 통과했을 때 기분은 어땠습니까. 골프도 일찍 시작했을 것 같은데요.

“8세때 골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집에 가니까 식구들이 신기하다는 눈길로 바라보면서 ‘이 프로’하고 불러보는 등 저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졌더라구요. 반찬까지도 달랐습니다.(웃음) 골프는 아빠가 시켜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너무 재미가 있었습니다.

6세때부터 수영을 2년간 하면서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아빠가 골프연습장에 저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나중에는 혼자서도 학교가 끝나면 꼭 2∼3박스를 치고 집에 왔습니다. 원래 걷는 것을 싫어했는데 처음 라운드를 했을 때 4시간 이상을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8세때 아버지따라 골프시작…지난달 2개대회서 3, 5위 '깜짝'

드라이버 비거리 240야드…해외진출 위해 외국어도 틈틈이

▲어린 나이에 각종 대회에 출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초등학교 5학년때 출전했던 톰보이여자오픈때의 일입니다. 태영CC에서 열렸는데 전날 집에서 퍼팅연습을 하다 아침에 퍼터를 놓아두고 대회장에 가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집에 연락한 뒤 퍼터는 빌려서 하다 4홀쯤 가니까 도착했습니다.

지난달 한솔레이디스오픈에서는 2라운드 17번홀까지 중간합계가 4오버파여서 내심 ‘이 정도면 컷오프는 통과하겠지’라며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에서 12㎙짜리 버디퍼팅을 운좋게 집어넣어 3오버파로 한타 줄였습니다.

그런데 컷오프 성적이 3오버파에서 끊기는 게 아닙니까. 순간 아찔했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역시 지난달 열린 밀리오레여자오픈땐데 저를 포함해 3명이 대기자 명단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전예정자중 꼭 1명이 못나와 제가 참가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그동안 골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습니까. 그리고 골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작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대회에 나가면 4등선에서 왔다갔다 했습니다. 스윙을 집중적으로 교정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렇지만 기껏해야 4등밖에 못하니 머리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다 ‘열심히 하다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훈련에 더욱 집중해 고비를 넘겼습니다.

골프는 잘 되다가도 안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항상 잘 된다면 매일 매달려서 연습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다보면 나태해져 결국 흥미를 잃어버리겠죠.”

▲평소 연습은 어느 정도 합니까.

“천안 집에서 오전 9시까지 이 곳으로 와서 오후 6시에 귀가합니다. 퍼팅 60%, 롱샷 40% 비율로 주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체력훈련은 겨울에 하는데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했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에 600계단이 있는데 매일 3∼4회를 오르내렸고 아침 식사후 빈스윙을 500회씩 반복했습니다. 또 오후에는 1시간반 헬스를 했습니다.”

▲천안∼용인을 왕래하다 보면 학업에 소홀하기 쉬울 것 같은데요.

“학교는 일주일에 2∼3차례 갑니다. 그러나 영어와 일어는 해외진출에 대비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3시간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입니까.

캐리 웹입니다. 공격적인 스타일이 좋고 스윙도 닮고 싶습니다. 캐리 웹과 빨리 한번 같이 쳐보고 싶습니다.”

▲해외진출은 언제쯤 하고 싶나요.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요.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외국생활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프로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았기때문에 열심히 해서 이름을 자꾸 알리고 싶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클럽은 어떤 것 입니까. 그리고 드라이버 비거리는 어느 정도입니까.

“드라이버는 카무이프로, 아이언은 캘러웨이 X-12, 퍼터는 핑을 쓰고 있습니다. 작년에 스윙폼을 고치기 전까지는 220∼230야드 정도였는데 올해는 조금늘어 평균 240야드는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손프로가 이프로의 장단점을 지적해 주시지요.

(손흥수)“2년전 삼성이 ‘아스트라 꿈나무’를 발굴할 때 선화가 발탁돼 지도를 맡게 되었습니다. 바람직한 점은 프로 10년차 정도의 관록을 느낄 정도로 속이 깊어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갤러리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마지막 홀에서는 70∼80% 버디를 잡아냅니다. 관중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 대담해지는 성격이죠. 이런 스타성 기질은 앞으로 미국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키만 조금 더 커준다면 나무랄 때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남재국 jknam@hk.co.kr 사진=조영호기자

●이선화는 누구

아버지 이승열씨의 권유로 천안 성정초등학교 2학년때 골프클럽을 잡았다. 이씨(핸디캡 2)가 골프에 재미를 붙이면서 장래성이 좋아보여 딸도 같이 입문시킨 것.

이선화는 4학년때 한국주니어대회 준우승 등 2위를 유지하다 5학년때 영상골드주니어배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아마추어 간판급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5학년때 이미 예선을 거쳐 톰보이여자오픈에 출전하기도 했다.

비록 컷오프 탈락하긴 했지만 당시 초등학생의 출전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6학년때는 5개대회 전관왕을 차지, 주니어무대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았다. 같은 해 박세리, 로라 데이비스가 출전한 96서울여자오픈에도 참가, 일찌감치 기량과 경험을 키워나갔다.

62㎏ 165㎝인 이선화는 6월 현재 시즌 상금랭킹 10위(1,475만원)를 비롯, 파온율 1위(62.96%) 평균타수 4위(72.83개) 라운드 언더파율 6위(33.33%) 평균퍼팅 11위(32개) 등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 남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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