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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재앙' 피해 속출

입력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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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96% 문닫고 전공의 87% 동참醫·政 비공식접촉 이견 파국치달아

20일 전국의 의사들이 일제히 폐업에 돌입하자 전국 곳곳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사경에 놓인 환자가 속출, 사상초유의 ‘의료재앙’이 현실화했다.

19일 오후10시47분께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의료원에서 대동맥이 파열된 이환규(78·경북 영천시 고경면 삼귀리)씨가 병원 3곳을 오가다 응급조치와 수술을 받지 못해 14시간만에 숨졌다.

20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도 7년여동안 공황장애를 앓아온 정모(39·무직·서울 성북구 미아동)씨가 폐부종에 심장부정맥 증세를 보였는데도 응급치료조차 받지 못하다가 급히 이송됐으나 의식불명상태다.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간 종합병원도 진료체계가 거의 마비돼 위독한 환자를 실어온 119구급차를 “의사가 없다”며 되돌려 보내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 폐업철회를 위해 의료계와 비공식 접촉을 계속했으나 ‘대통령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의료계와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낮 12시 현재 전국 1만4,947개 동네의원중 95.8%인 1만3,622개 의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집계가 끝나지 않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별 폐업률은 전북이 98.6%로 가장 높았고 대구 98% 경기 95.4% 경북 95.3% 충남 94.5% 등이다.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레지던트 및 인턴)들은 총 1만5,887명 중 87.3%가 폐업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강원 경북 제주 등 전공의들이 수련중인 7개 시·도 대형병원은 전공의 파업률이 100%를 기록했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진료공백 사태가 벌어지자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를 이날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응급의료기관에 긴급 배치했다. 정부는 또 시·도를 통해 의료기관이 제출한 폐업신고서를 반려하고 업무개시명령에 들어감으로써 위반 병·의원은 21일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9일 밤부터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의협회관에서 농성에 들어간 의사 300여명은 이날 하룻동안 시한부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차흥봉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상임위 개회식에 참석, “의약분업은 예정대로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거듭 밝혔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김진각기자

kimjg@hk.co.kr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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