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집단폐업이 현실화한 20일 대형병원들은 한산했으나 보건소 한방병원 군병원 등은 북새통을 이루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떠나고 폐업 관련 보도에 익숙한 탓인지 환자들이 별로 찾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지간하면 아픔을 참거나 약국을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서울대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진 1,100여명중 전공의 700명과 전임의 150명이 파업에 들어가 평소 인력의 4분의 1도 채 안되는 250명의 교수진이 진료를 전담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수가 평소보다 30% 줄었고 예약된 외래환자는 물론 접수 창구를 찾는 발길도 뜸했지만 ‘진료공백’에 따른 긴장감이 병원직원들의 얼굴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왔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수납창구의 한 직원은 “평소와 비교해 환자들이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간호사는 “환자들이 웬만하면 집에서 참으시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의 한 의사는 “의사들이 교대로 응급실과 수술실을 지키고 있지만 2-3일만 지나면 모두 피곤에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라며 “폐업이 장기화하면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혔다.
○…폐업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은 가중됐다. 병원측의 입원 거부로 이틀째 한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한모(53)씨는 “복통이 계속되고 있으나 제대로 진료도 받지 못한채 대책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신부전증을 견디다 못한 김모(72·여)씨는 이날 이 병원을 찾았다 결국 오후1시께 인근 홍익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24시간 비상근무체계에 들어간 보건소를 찾는 환자들은 평소보다 적게는 20∼30%, 많게는 2∼3배 가까이 늘어났다. 평소 90여명의 환자가 찾던 서울 강남보건소는 이날 오전에만 200여명의 환자 한꺼번에 몰려들어 좁은 복도와 층계가 지나다니기 곤란한 지경이었다.
○…이날부터 민간인들에게 개방된 19개의 군병원에는 이날 하루 300여명의 민간인 환자들이 찾았는데 대부분 감기 등을 앓는 어린이들이었다. 그러나 군병원의 특성상 어린이들을 위한 약과 시설 등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등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집단폐업에도 불구하고 일부 병·의원들은 폐업에 참여하고 있는 동료 의사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진료하기도 했다.
인천 남구 도화동 홍성훈정형외과의 홍성훈원장은 “동료나 선후배 의사들이 몇차례 전화를 걸어 ‘그럴 수 있느냐’ ‘함께 동참하라’는 등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으나 의사로서 환자들을 팽개칠 수 없어 진료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성수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양길승씨는 “현재 정부가 마련한 의약분업안이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지금 방식으로라도 의약분업이 돼야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이 가능하다”고 소신을 밝히며 정상진료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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