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욕해대며… 기다림에 인간적 반발극장으로 들어서는 관객을 우선 반기는 것은 무대 가득 깔린 모래다. 그 모래 사장에는 둔덕도, 커다란 선인장도, 볼품없이 덩치만 큰 가방도, 쓰레기가 돼 버린 차도 있다. 제멋대로 증식하고 방치된 문명처럼.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극단 오늘의 ‘고도를 기다리다 보면’은 패러디극이다. 배경도, 시작도, 끝도 없는, 문자 그대로 기다림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패러디의 재료로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다.
극단 오늘의 ‘고도’는 다채로운 볼거리, 새로운 시도 등의 덕분에 2시간의 상연 시간이 짧다. 그러나 곳에 따라서는 의욕 과잉으로, 과유불급의 상황을 아슬아슬 피해 간다.(각색·연출 위성신)
무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모래와 폐차 직전의 승용차, 퉁명스레 서 있는 선인장. 고도를 찾아 땅끝까지 다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전에서는 “고도씨는 내일 온다”는 소년의 전갈을 듣고, 망연자실하는 주인공 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들은 ‘인간적’으로 반발한다. “더 이상 기다리지 만은 않겠다!” 이제 주체적으로 사고하게 된 주인공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젊은 배우들의 연기가 무대의 생동감을 더한다. 특히 우렁차고도 위압적인 목소리로 포조, 굴종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다 갑자기 너무나 사변적인 장광설을 내뿜는 럭키의 연기는 포조_럭키 버디의 새로운 모습이다.
특히 사고력이 마비돼 버린 듯한 럭키가 갑자기 마르크스 레닌 푸코 데리다에다, 테니스 승마 하키 골프 등을 읊어대는 광경은 이른바 지도 이념이 없어져 버린 이 시대 지식인의 분열상이다.
‘포주와 영국 신사’, ‘포조의 노래’ 등 재치있게 삽입되는 창작곡들은 무대의 생동감을 더한다.
(음악 이재진, 노래지도 이건) 트로트풍 등으로 치장을 바꾸는 노래 덕에 원전의 무게는 한층 휘발된다. 원전 변용의 절정은 이들이 고래고래 불러 제끼는 ‘욕(辱)송’.
필설로는 못다 옮길 해괴한 욕들이 노래가 돼 배우들의 악다구니를 타고 나온다. 정전(正典)의 틀을 내던진 한국적 패러디극 하나가 그렇게 탄생하고 있다. 7월 2일까지 오늘·한강·마녀.
/ 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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