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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밀입국'유럽현안으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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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밀입국'유럽현안으로 급부상

입력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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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도버항의 트럭 적재함에서 발견된 중국계 밀입국자 떼죽음 사건을 계기로 밀입국과 연계된 범죄조직, 참혹한 밀입국 실태, 밀입국 방지대책 등이 유럽내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포르투갈 페이라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각국 정상들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반인륜적 사건”이라고 공분을 표시하고 “연계된 범죄조직을 뿌리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국 당국은 “목격자가 현장에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병원치료 중”이라고 밝혀 당시 적재함 내부가 얼마나 끔찍했는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수사 당국은 당일 길이 15㎙흰색 벤츠 트럭을 운전했던 네덜란드인 운전사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토마토 운반차량으로 신고된 트럭의 냉장실은 당시 스위치가 꺼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벨기에 제브루헤항에서 도버까지의 트럭 경로에 대해 영국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는 네덜란드 검찰청의 빔 데 브루인 대변인은 “희생자들이 섭씨 30도가 넘는 밀폐된 공간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스카이 TV는 트럭 소유주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소재 반 데르 스펙이라는 업체가 사건발생 사흘전 24세의 한 네덜란드 건설노동자 명의로 등록됐으며, 경찰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이 청년의 로테르담 아파트를 급습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고 보도했다.

국립범죄수사단(NCS)의 로이 펜로즈 사무총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배후에 사악무도한 범죄조직이 있다”며 “MI5, MI6 등 첩보조직과 경찰, 이민국, 국립범죄정보국(NCIS), 세관, NCS 등 관계기관을 총동원,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태

밀입국자들은 중국에서 항공편으로 동유럽에 간 뒤 트럭 적재함을 이용, 밀입국을 시도하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런던에서 영국 이민문제를 다루고 있는 데이비드 창 변호사는 “영국에 밀입국하는 중국인의 99%가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 출신들로, 이들은 알선조직에 1인당 2만파운드(한화 3,50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밀입국에 성공하더라도 중국인 갱조직 트라이어드(三合派)에 가입하도록 협박받고 있으며, 본국의 가족들도 엄청난 몸값 지불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내 불법이민자 현황

국제이주기구(OIM)에 따르면 유럽내 전체 불법 이민자는 300만명에 이르며, 매년 30만-50만명이 국경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과 독일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이민문제 전문가인 수산 마틴은 OIM 보고서에서 “전세계적으로 1억5,000만명에 이르는 이민자중 1,900만-3,800만명이 불법이민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OIM은 그러나 이는 국경 검문소에서 발각되는 수치를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위조여권으로 유럽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가 어느정도인지는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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