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집단폐업' 비상체계 엉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집단폐업' 비상체계 엉망

입력
2000.06.21 00:00
0 0

☎1339 온종일 "뚜... 뚜..."의사들의 집단폐업 첫날인 20일 정부의 비상진료대책이란 것도 전혀 믿을 것이 못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자신있게 “적극 활용해달라”고 주문해온 대한적십자사의 ‘1339 응급환자정보센터 안내전화’는 턱도 없는 용량으로 아예 접속불능이었고, 국·공립병원과 보건소들도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곳곳에서 대혼란이 빚어졌다. 하루종일 치료받을 곳을 찾아헤맨 환자와 가족들은 “집단폐업이 도대체 언제부터 예고된 것인데 정부는 그동안 무슨 대책을 세운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1339 안내전화

대한적십자사가 정상진료가 이뤄지는 의료기관을 안내하겠다며 ‘대폭 증강’한 1339 안내전화 인원은 이날 고작 15명에 13회선.

그러나 이날 하룻동안 수만통의 전화가 걸려와 “통화중”만 알리는 무용지물로 변했다. 애당초 폐업기간 유일한 공식 응급정보체계인 이 전화의 시간당 처리용량을 300통 수준으로 잡은 것부터가 어처구니없는 계산이었다.

10살난 아들이 고열에 시달리자 서울 도봉구 일대의 의료기관을 찾기 위해 오전부터 1339안내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는 박영국(朴泳國·39)씨는 “수십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지금은 응급환자를 접수처리중이니 잠시 기다려달라’는 자동응답만 나오다가 몇분후 끊겨버린다”며 “이게 보건당국이 최대한 가동했다는 비상진료체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339안내전화가 사실상 미비되면서 환자들 사이에서 “○○원에 여유가 있다”는 식의 뜬금없는 소문이 퍼져 수십명씩 떼를 지어 병원을 옮겨다니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몰려드는 전화로 통화가 지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인내심을 갖고 계속 통화를 시도하다 전화가 걸리면 안내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 국·공립병원

정부는 국·공립병원을 통해 대부분의 환자를 흡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곳의 전공의들마저 폐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평소 2-3배에 달하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문에 30분이면 끝날 진료에 4-5시간이 걸려, 상당수 환자들은 기다리다 지쳐 진료받기를 포기하고 귀가했다.

국립의료원은 응급실에 공중보건의 10명을 투입하고 전문의 75명도 풀가동했으나 의료인력의 70%에 달하는 전공의 150명이 폐업에 참여, 밀려드는 환자들이 수백㎙씩 장사진을 이뤘다.

팔 골절 환자 김원중(64)씨는 “힘있는 젊은이들이 밀치고 들어가 먼저 접수하고 있어 접수대에는 접근조차 어렵다”며 당국의 준비부족을 질타했다.

한국보훈병원의 경우는 전공의가 없어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되자 일반환자들은 아예 진료접수조차 받지 않았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