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초여름인데 날씨는 칠월 무더위 같다. 의사파업으로 북새통을 이룬 병원응급실 광경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와서 한층 덥게 느껴진다. “지구가 이상해지는 거 아냐? 여름이 빨리 오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이런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듣는다. 옛 기억을 더듬어 보면 유월은 장미가 찬란하게 피고 가끔 미풍이 시원하게 부는 기분좋은 계절이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이 더위로 헐떡거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도 높아진 것일까.■최근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민간환경기구인 월드워치가 빙하의 후퇴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빙하야말로 인간활동의 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진 남·북극과 고산지대에만 존재한다. 그런데 이 모든 빙하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로키산맥의 캐나다 접경지역에는 글래셔 국립공원이 있다. 말 그대로 빙하공원이다. 150년전 빙하는 150개였으나 지금은 50개다. 앞으로 30년후 이 공원에는 빙하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고 한다.
■미국 의회는 80년대말에 지구온난화가 21세기 미국에 초래할 영향을 예측할 목적으로 조사위원회를 만들도록 했고, 최근 정부는 이 조사위원회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산림 수자원 농업 해양등 산업분야는 물론이고 국민보건 등에 관한 예측이 들어있다. 마이애미의 불더위가 뉴욕으로 북상하고, 캘리포니아 산악지방에는 겨울눈이 줄어 들어 극심한 물부족에 시달리게 된다고 점치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가 농업에 유리하다는 내용이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이다.
■우리나라에도 기온상승을 보고하는 연구는 더러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예측해서 미래에 대비하는 프로젝트는 없다. 정권입장에서 보면 쓸데없는 투자이지만, 영속성을 가진 국가로서는 매우 필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기후변화의 폭이 커지면 미국보다는 우리나라가 더욱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가 이런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에 눈을 한번 돌려보면 어떨까. 특히 수명이 오래 남은 젊은 국회의원들이라면….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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