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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속적 재회' 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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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속적 재회' 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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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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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의 재회 문제가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북측이 지난 17일 장재언 적십자 위원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북 적십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제의해 온 것은 6·15 공동선언의 첫 구체화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은 공동선언 5개항 중 우리측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기한 것이기도 하다.남북한이 상호 신뢰회복의 긴 과정에서 첫 가시적 과제로 이산가족 문제를 택한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이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주말 청와대 조찬 회동에서 오는 8월15일 광복절까지는 100명 정도의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르면 이번 주내 판문점에서 적십자 회담이 재개될 전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이산의 비극을 넘어 민족적 한을 삭이는 가족 재회의 한마당이 지나치게 이벤트화 하거나, 외양에 치중한 일과성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반세기 이상을 생사도 모른 채 헤어져 살아온 가족들의 상봉은 경사 가운데 경사임에 틀림없다. 이를 축하하는 공연이 나쁠 것 없다는 점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현재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우리측 이산가족은 약 766만명이고, 특히 이들 가운데는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운 고령 1세대만도 123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그러나 조만간 재개될 적십자 회담에서 논의될 첫 상봉 대상은 100명 선에 지나지 않으며, 왕래 방문단에는 상당수의 예술공연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이산가족들, 특히 고령의 1세대들은 현재처럼 100명 단위로 재상봉이 추진된다면 아마도 헤어진 가족들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할 분들이 많을 줄 안다. 재회 기회를 대폭 늘리는 다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이유다. 우리가 지나친 이벤트화를 걱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연단 교류는 다른 차원에서 추진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이산가족에게 재회의 꿈을 실현하도록 주선하는 것이 ‘인도적’이 아닐까.

북측과의 협상에서는 지속적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컨대 항구적 면회소의 설치로 수시 상봉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나, 생사 확인- 우편물 교환을 선행하는 등의 방법이다. 간과해서 안될 일은 미귀환 국군포로나 납북억류자 송환에 대해서도 정부가 확고한 원칙과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산가족 문제의 인도적 해결 없이 반세기 단절의 불신과 불화를 해소할 길도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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