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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 화상채팅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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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세대 화상채팅 '열풍'

입력
2000.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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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발' 잘 받으면 난 채팅스타‘우와, 폭탄이다’‘웬 아줌마야?’

화상채팅의 소통방식은 한마디로 ‘단도직입’.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이 세계의 ‘예의범절’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면 괜한 예의 차릴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화상채팅족 김홍래(23·이화여대 철학과 4)씨. 중·고딩들만 득실돼 20대 중반만 되도 여기에서는 아저씨 아줌마 취급이다. N세대들의 전유물 같은 화상채팅의 세계를 홍래씨와 같이 들어가봤다.

화상채팅이란?

화상채팅의 필요조건은 클릭만이 아니다. 일단 카메라와 헤드셋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PC방을 이용한다.

PC방도 아무 데나 가면 안 된다는 것이 홍래씨의 조언. 소위 ‘캠발’을 잘 받기 위해서는 비싼 카메라와 얼굴이 갸름하게 비치는 조명까지 갖추어진 PC방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고.

홍래씨가 즐겨찾는 화상채팅사이트는 오마이러브(www.ohmylove.co.kr). 얼굴과 목소리 공개 여부에 따라‘화상&보이스 채팅’‘화상채팅’‘보이스채팅’‘문자채팅’ 중 선택한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면 캐릭터를 정해 방에 입장하고 얼굴에 자신이 없는 채팅족은 캠 앞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홍래씨는 화상&보이스 채팅을 선택하고 ‘서울사는 대딩들’이 모여있는 방으로 입장한다. 현재 접속자는 남학생 3명과 2명의 여대생. 접속자 정보를 누르자 홍래씨의 나이, 직업, 자기소개 등 간략한 신상명세가 공개된다.

접속자들은 우선 서로의 인기도를 탐색한다. ‘외모’‘매너’‘유머’ 세가지 항목에 대한 인기투표를 통해 ‘킹카/퀸카’에서부터 ‘짜증나’에 이르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인기도가 높아지면 자연 데이트 신청도 폭발하고 상대와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홍래씨에게 몇차례 데이트 신청이 들어오고 대화에 참여하면서 인기도는 급상승. 거절하는데도 계속된 데이트 신청으로 귀찮게 하거나 불량언어를 사용하는 접속자에 대해서는 ‘귀막기’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홍래씨가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인 상대는 28살의 대학생 장민진(28)씨. “스타크래프트하세요?”두 사람의 공통적인 관심은 게임 스타크래프트.

서로가 가입된 길드에 대한 이야기, 새로운 전략에 대한 이야기로 둘은 금새 친해진다. 둘은 곧 ‘게임번개(만나서 함께 게임을 한다는 뜻의 속어)’를 결정, 실력을 겨루기로 했다.

“얼굴을 보니까 상대방의 감정까지 읽어낼 수 있잖아요. 훨씬 믿음이 가죠” 얼굴을 마주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다는 말이다. 채팅으로 만난 사람과의 ‘번개’로 친한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물론 밤늦은 시간에 접속할 때는 음란한 말을 쏟아놓으며 노골적인 ‘야밤번개’를 제의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화상채팅이 원조교제의 온상쯤으로 인식되는 것도 사실. 오마이러브 컨텐츠 실장 남정욱(34)씨는 “최고의 피해자는 다수의 건전한 이용자”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화상채팅에 몰입하는 이유는 뭘까? N세대들은 흔히 인터넷을 비롯한 기계문명에 파묻혀 사는 데 익숙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감정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 목말라 하고 있다.

“왜 번개를 하냐구요?”“사실 번개로 로맨스 같은 거 기대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또 친구 한명 생기는 거잖아요”홍래씨의 오늘 바람은 말이 통하는 또 한명의 친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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