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자연미인이 최고죠. 몸매가 보기 좋을 정도로 통통하고 얼굴이 동글동글한 동양적인 이미지를 선호해요.”“북한 남성들은 얼굴이 동그란 계란형에 조금은 통통한 여성을 좋아해요. 평양의 인기 여배우 이설희는 키가 170㎝ 정도에 피부는 흰 편이고, 코는 약간 뭉특하며 얼굴은 포동포동한 편이에요. 큰 쌍꺼풀에 눈매가 서글서글하게 생겨 누가 봐도 친근감이 있죠”
미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 하지만 미인대회가 보편화하고 국제화시대를 맞으면서 서구적인 미인형이 기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긴 다리, 날씬한 몸매에 큰 유방을 가진 서구의 미인형을 선호한다.
우리나라 역시 날씬하고 큰 키, 가는 허리, 큰 유방, 작고 좁은 얼굴, 좁고 높은 코, 쌍꺼풀이 있거나 크고 동그란 눈, 큰 입 등이 미인의 조건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은 전통적인 동양 미인이 대접받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지도 모른다. 분단이 갈라놓은 미인관의 변화를 알아본다.
■남한 미인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얼굴 길이는 182-186㎜, 얼굴폭은 129-136㎜로 가로와 세로비가 1대 1.3-1.4 정도. 그러나 요즘은 얼굴 크기가 작고 갸름한 형을 선호해 비율도 1대 1.5 정도로 서구형 미인을 따라가고 있다. 키는 커졌는데 앉은 키는 그대로여서 하체가 길어지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가톨릭의대 위성신교수가 1981년 미스코리아대회에 출전한 125명의 미인들을 조사한 결과 얼굴 길이가 키의 9분의 1, 이마 폭과 광대뼈 사이 폭이 1대 1인 좁고 작은 얼굴이었다. 키는 166㎝로 일반 여성 평균치보다 10㎝ 가량 컸으나 체중은 50.4㎏으로 오히려 약간 가벼웠다.
이는 서구형 미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 미국 노던 일리노이대 컴퓨터 분석가인 죠지 밀러 교수는 1980년대 미스아메리카대회에 출전한 여성들을 분석한 뒤 나이 21세, 갈색 눈동자, 키 168㎝, 체중 54㎏, 가슴 34인치, 허리 24인치, 엉덩이 34인치 등을 미인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북한 미인
사진과 TV를 통해 북한 미인을 분석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얼굴이 옆으로 통통하게 퍼져 가로와 세로비가 1대 1.3의 구도를 보인다고 말한다.
몸매도 표준체중을 약간 웃돌 정도로 통통하고 피부가 희고 매끄러운 편이다. 실제로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가 1998년 탈북자 1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7%가 뚱뚱한 외모를 선호한 반면, 날씬한 외모에 대해서는 16.6%만이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배가 나온 모습이 좋다는 응답자도 15.3%에 달해 남한 사람들의 체형 선호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단일 민족이면서도 짧은 기간에 미인관이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박현성형외과 박 현원장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첫째, 남한은 급속한 서구화와 매스컴의 발달로 미인의 기준이 급격히 서구화했다.
둘째, 남한에선 서양 습관의 영향으로 10-20년 전부터 아이를 엎어 재우는 게 유행이다. 이 후 얼굴형이 갸름해지면서 턱이 점점 작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부드러운 인스턴트 식품의 범람도 턱의 발육부전을 가져왔다. 셋째, 남한에선 성형수술이 일반화한 반면 북한에는 성형미인이 전혀 없다.
박원장은 “북한 미인은 서구화하기 이전의 우리가 생각했던 동그란 계란형 얼굴에 통통한 몸매를 가진 전통적 미인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드림피부과 이호균원장은 “북한 미인들의 피부가 매우 곱고 하얀 것은 상류사회 여성들이 햇볕에 적게 노출되는 데다 공해가 적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남성모병원 성형외과 안상태교수는 “우리가 아름다움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타인이나 스스로를 바라볼 때, 자신의 잣대로 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그 평가를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여성의 아름다움은 여성답고, 나이에 걸맞고, 역할에 맞으면서, 자신의 개성을 멋있게 살리는 데 있는 만큼 진정으로 아름다운 한국 미인은 한국 여성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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