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뚜막신 놋그릇에 '죽음'을 담아…‘삶과 죽음의 노란 경계’. 강용면(43)의 설치작 ‘온고지신_2000, 영혼’(사진)이 품어내는 이미지다.
노란 원색의 꽃은 다름 아닌 죽음을 기리는 상여꽃. 죽음은 마치 생명의 약동처럼 다가온다. 그 죽음을 담는 것은 조왕신의 놋그릇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식사를 하지 않고 불시에 찾아올 손님을 위해 끼니때 마다 밥 한그릇 담아 부엌 한 켠에 마련해 두었다.
조왕신(부뚜막신)의 밥그릇은 그렇기에 삶의 여백이 담긴 곳. 놋그릇에 담긴 상여꽃은 때문에, 죽음이야말로 가장 본원적인 삶의 여백이라고 말한다.
작가 강용면은 “삶과 죽음은 서로가 나누어 갖는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나누면서 침투하는 관계라는 것. 그 경계가 빛나는 생명의 노란색인 까닭은 회색의 죽음, 퇴화하는 소멸로서의 죽음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흐드러진 상여꽃 밭에 누워있는 누드는 그래서 죽음과 맞선 실존적 우울함을 딛고 싱그럽게 다가온다.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여의도 서남미술관에서 열리는 강용면전의 주제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온고지신-2000, 영혼’‘온고지신-2000, 조왕’ 등 2점의 설치작품과 ‘온고지신-2000, 생’ 등 부조 9점이 전시된다.
2년만에 갖는 일곱번째 개인전. 군산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업 조각가로 활동 중인 강씨는 1995년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전 대상 수상작가. 빨강, 파랑, 노랑, 흰색, 녹색 등 전통의 오방색(五方色)으로 역사의 얼굴을 조각해오면서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 역시 ‘온고지신’이란 전시제목에서부터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란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조왕신의 밥그릇이나 상여꽃 등의 전통적 제재를 끌어온 점외에도 설치작 ‘조왕’와 ‘생’ 등의 부조작품에선 오방색이 여전히 주된 색조를 이룬다. 촌스럽고, 원시적인 미까지 느껴지는 이런 색채 사용에 대해 강씨는 “소박하면서 옛스러운 미의식을 재발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근대의 시간을 반성하면서 과거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갱생시켜 나가고자 하는 시도는 어쩌면 전통과 새로움의 질곡에서 숨막혔던 40대의 자기 세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일지 모른다. (02)3770-2672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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