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반전넘어 통일문학으로"최근 원고지 1만 장에 이르는 6·25를 다룬 소설 ‘남과 북’을 개작, 종이책과 E북으로 동시에 발표한 작가 홍성원(63)씨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세대가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것이 작가의 소망입니다. 더도 말고 이 소설이 10분의 1만 읽어주십시오.” 홍씨의 이 말 속에는 올해로 발발 50주년이 된 6·25 - 한국전쟁이, 세월이 갈수록 젊은 세대에게는 ‘잊혀진 전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한국전쟁은 이처럼 우리에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전쟁이되, 미래를 위해서는 그 극복과 지양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민족의 시련이라는 양면성으로 남아있다.
홍씨의 ‘남과 북’ 개작에는 이같이 시대 변화에 따라 한국전쟁을 보는 시각이 변화해온 고민이 담겨있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서슬이 시퍼렇던 197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북한 쪽의 이야기가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이번 개작에서 북한 쪽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 반쪽을 채우려 했다. 이 주인공은 작가에 의하면 인간의 이상이 현실에서 뒤틀려버리는 허방을 비집고 다니며 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주의자’이다.
전쟁 발발 50년만에야 한 소설작품의 반쪽이 개작이라는 형식으로 채워졌듯이, 그간 한국전쟁을 다룬 주요한 문학작품의 주인공들도 이념의 그물에 갇혀 표류하는 인물일 수밖에 없었다.
1960년 4·19혁명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최인훈(64)씨의 장편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이념과 전쟁으로 찢겨진 조국에 환멸을 느껴 중립국행 배에 몸을 싣고 결국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1972년 이청준(61)씨가 발표한 중편 ‘소문의 벽’의 주인공은 전쟁으로 정신이상이 된 지식인이다. 그의 어린 시절 전쟁이 터지자 마을에는 경찰과 공비가 뒤죽박죽으로 나타난다.
어머니와 함께 잠든 어느날 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와 방문을 열어젖히고 손전등 불빛을 비추며 묻는다. “누구 편이냐.” 대답 한 마디에 사느냐 죽느냐의 운명이 갈리는 순간, 주인공의 공포는 그를 정신이상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전쟁에 희생당하는 개인의 관점에서 나아가 작가들이 한국전쟁을 역사적·객관적 시점에서 문학적 총체성을 추구하며 다룰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이후였다.
김원일(58)씨의 ‘불의 제전’, 조정래(57)씨의 ‘태백산맥’ 등이 그 주요한 성과로 꼽힌다.
역시 최근 해방이후부터 6·25까지를 다룬 소설 ‘풍화’를 개작 발표한 작가 손영목(55)씨는 이렇게 말한다. “밀레니엄이니 새로운 세기니 하고 떠들지만, 이 땅에서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 전쟁은 동강난 국토가 하나되고 이산가족들이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서로 비비며 뒹굴어야 비로소 끝날 것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그의 말처럼 반공소설에서 반전소설로 나아온 한국전쟁 문학은 민족의 일체감을 회복하기 위한 통일문학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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