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동안 북한과 미국간 교역을 막아온 미국정부의 대북한 경제제재조치가 풀렸다. 지난해 9월 미-북한 회담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보하는 대가로 미국이 적성국 교역법 등 관련 법에 근거한 대북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하기로 한 두 나라간 합의가 발효되는 것으로, 이 조치는 이미 예정된 일이다. 그러나 역사적이고 극적인 남북정상회담 직후 미국이 취한 첫 대북조치여서 그 의미와 파장이 크다.미국과 북한은 피차간에 통상과 관련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과 통상을 하지 않고도 반세기를 견뎌왔다. 그러나 냉전이후 통합된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국이라는 사실은 북한에 채워진 고통스런 족쇄였다. 정치적 고립뿐 아니라, 통상 금융을 비롯한 시장에의 접근이 사실상 두절되었다.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한 것이다.
미국정부의 조치로 하루아침에 북한이 경제적 이익을 얻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미국과 북한간에는 통상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이고, 미국의 산업구조나 북한과의 지리적 거리감으로 미루어 볼 때 당장 북한투자 매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이번 조치를 투자개방 정책과 조화롭게 연결시킬 수 있다면, 한국을 비롯한 제3국의 북한투자는 경제성을 갖게 될 것이다. 양질의 노동력을 가진 북한에서 생산된 상품이 거대한 북미시장에 접근하게 되면, 북한과 미국간에 항공 및 통신망이 설치되는 등 그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남북한 모두에 이로운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적했다시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네 나라와 남북한의 관계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남한은 과거 적대국이었던 중국 러시아와 관계정상화를 이룬 지 오래고 교역과 교류가 날로 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미국 일본과 정상화를 못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관계의 배경에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남아있다.
경제제재 해제와는 무관하게 북한은 미국이 지목하는 불량국가의 하나로 남아있다. 북한정부가 산업을 일으키고 국민을 먹여살리려면 세계경제의 일원으로 국제협력을 얻어내야 하며,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 이 즈음에서 우리가 북한에 말할 수 있는 것은 개방에 대한 틀을 잡고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대북접근 자세도 달라져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은 한반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한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