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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장편소설 '아라리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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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장편소설 '아라리 난장'

입력
2000.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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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장돌뱅이 모습 생생조선시대 보부상들의 삶을 그렸던 ‘객주’의 작가 김주영(61)씨가 현대판 장돌뱅이들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 ‘아라리 난장’(문이당 발행)을 완성했다.

김씨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3년전 한국이 IMF체제에 휘말리기 시작한 무렵이다. 그는 장꾼들의 행로를 통해 현실의 고난을 극복하는 용기와 지혜의 삶을 그리려 했다.

IMF 직후 퇴직당하고 이혼당해 삶의 좌절을 겪은 주인공 한창범는 조부의 고향인 강원도로 가면서 활어운반차량을 몰던 박봉환과 만난다.

주문진에서 식당 여주인 승희, 토박이 어부 변씨의 그의 친구들을 만난 한창범은 자신이 행수(行首)가 되어 강원도 지방 5일 장터를 떠도는 장돌림으로 변신한다.

소설은 작가 김씨의 원래 입심에다 전국 장터를 돌아다니며 취재한 현대판 장꾼들의 진솔한 모습으로 생생하다.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서울은 물론 중국 땅 고아 출신 등 출신지역과 신분을 초월한 우리사회 각계각층 사람들의 동고동락이 때로는 피보다 진한 의리 혹은 격렬한 배신으로, 때로는 질펀한 육담으로 펼쳐진다.

창범의 무리들이 영월장터에서 만난 젊은 토산품행상 태호의 ‘나간다타령’을 듣는 장면은 소설 전반부의 명장면이다.

‘나간다 나간다 들판으로 나간다 안 나가면 지가 춥지 진동바다 놀던 갈보 어데로 가려고 설레발치나 설레발이 등쌀에 나 못살것네 어이화나 나 못살것네…나간다 나간다 어디로 나가느냐 강원도 산나물로 나간다 화천땅 광덕산에 참나물과 모시대 인제땅 점봉산에 누리대와 신선초…’

김씨는 이처럼 각 지역의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팔도 사투리와 구성진 장타령, 장터 사람들의 아귀다툼 등 생생한 삶의 현장을 카메라로 찍듯이 포착해놓았다.

숨가프고 질펀하면서도 때로는 눈물겨운 서정적 문체로 유장하게 전개되는 김씨의 문장이 살아있다.

주인공이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속세를 벗어나 ‘월둔골’이라는 산협의 오지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IMF를 극복하는 민중의 애환이 소설의 1차적 테마라면, “자연친화적 생태주의와 환경이라는 문제가 새로운 세기의 화두”라는 것이 작가의 전언이기도 하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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