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의 목적은 야구를 발전시키고 보급하여 국민생활의 명랑화와 건전한 여가선용에 이바지하며 야구를 통해 스포츠진흥에 기여하고 우리나라의 번영과 국제친선에 공헌한다고 야구규약에 규정돼 있다. 1982년 출범후 프로야구는 목적에 부합하게 국내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잡았다.그러나 최근 구단사장들의 행태는 이런 목적과는 동떨어진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해태의 외국인선수 키스 미첼이 부적격임에도 불구하고 암묵적 담합에 의해 용인해 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올 시즌 창단한 신생팀 SK의 가입금을 놓고 보여준 사장들의 행동은 추태에 가깝다.
KBO는 핫바지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8개구단 사장은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왔다. 구단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안건이라도 폐기되기 일쑤다.
사장들은 SK가 낼 창단가입금(약 100억원)을 8개 구단이 나눠먹기로 하고 지난주초 골프장에서 만나 분배비율을 정하기로 했다. 이런 사실이 일부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사장들은 일단 한발 물러난 상태다.
KBO는 SK의 창단가입금을 제주 서귀포시에 전용훈련장을 건설하는데 사용하려던 계획이 있었지만 한 마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야구발전을 생각해야 할 구단사장들이 눈앞에 있는 떡을 나눠먹기에 혈안이 돼 있는 판국에 KBO의 좋은 생각이 끼여들 여지가 없었던 것.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KBO총재와 사무총장은 당연직이지만 총장은 투표권이 없다)는 프로야구를 좌지우지할 권한이 있다. 구단주들의 모임인 총회가 있지만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이사회가 구성된 때는 88년이었다.
당시 큰 파문을 일으킨 선수회파동의 부산물이었다. 단장들이 주축이었던 실행이사회가 문제점이 있다며 사장들이 직접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장들의 모임은 비밀투성이다. 여론의 질타 받을 일은 공개하지 않다가 나중에 탄로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구단 이기주의때문에 사장들끼리 멱살잡이를 했다는 소문도 간헐적으로 들린다. 구단사장들이 지금 프로야구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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