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교황방문전 종교자유 가시조치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남북 양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방북 초청을 받음으로써 교황의 첫 방북이 실현될지 주목되고 있다.
교황청은 일단 교황방북의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황청의 피네스 통신 책임자인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 신부는 16일 북한이 가톨릭교회를 인정하고 가톨릭 신부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 등을 교황방북의 전제조건으로 밝혔다.
북한측이 교황청의 이러한 전제조건을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1998년 교황의 쿠바 방문이 방북과 유사한 예가 될 수 있으나 쿠바는 당시 교황청이 이번에 제시한 전제조건을 이미 충족해놓은 상태였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교황 방문에 앞서 1997년말 50명의 외국인 수녀, 신부의 입국을 허용하는 등 가시적인 종교자유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 쿠바 방문시 교황이 대규모 미사를 통해 쿠바 공산정권의 민주개혁을 촉구했던 것처럼 북한측이 교황의 활동을 보장할 것인가도 교황 방북 실현의 주요한 변수다.
세계 각국의 분쟁 지역과 종교, 이념 대립의 현장을 방문하며 평화를 역설했던 교황은 현재까지 각국중 북한 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중국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는 유엔제재조치를, 중국은 교황청의 대만인정 등을 이유로 각각 교황의 방문을 불허해왔다.
교황은 지난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당시 김 대통령의 방북권유에 “아직 계획은 없지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기적”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기적’이라는 말의 함의는 긍정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서강대 명예 교수인 바실 프라이스 신부는 “교황이 밝힌 ‘기적’이란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가톨릭신자가 없는 북한에 가서 교황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1989년 10월 교황은 서울 세계 성체대회 참석에 앞서 북한 방문을 검토했으나 북한이 교황의 방북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방북을 취소한 바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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