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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昭和시대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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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저널/昭和시대의 종언

입력
2000.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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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나가코(良子) 황태후의 타계로 일본 열도가 모처럼 옛 추억에 잠겼다. TV방송은 이날 저녁부터 나가코 황태후의 일생을 반추하는 특집을 잇달아 내보냈다. 17일자 조간도 일제히 추모 사설과 화보를 곁들인 특집을 실었다. 25일의 총선을 앞두고 지방 유세중이던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가 곧바로 상경, 조문한 것은 물론이다.휴일인 17일 도쿄(東京)의 황거(皇居) 등 전국에 마련된 조문소에는 추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노년층인 조문객들은 멀리서 황거를 향해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듯하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TV에 비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공공 기관이 17일 하루 조기를 게양토록 하는 한편 공식 행사에서의 가무음곡을 자제하도록 하고 일반 국민에게도 자숙을 요청했다. 국립극장의 만담 공연이 중지되고 경마장도 영업을 중단했다. 도쿄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도 중단됐다. 얼핏 ‘상징적 국장(國葬)’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도 잠시였다. 민방은 17일 저녁부터 정규 뉴스 시간을 빼고는 연신 ‘웃고, 떠들고, 벗겼다.’ 18일 들어서는 공영 NHK조차도 별 차이가 없었다. 17일 오후 5시 조문이 마감되면서 드러난 방명록 서명자도 3만6,651명에 지나지 않았다.

1989년 1월 히로히토(裕仁) 천황의 타계를 맞아 하루 아침에 민주국가에서 군주국가로 바뀐 듯하던 추모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일본 사회에 아직 남아 있고 특히 천황가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남성 우위 전통 때문일 수도 있지만 세월의 흐름이 보다 큰 배경이다.

히로히토 천황의 연호를 딴 ‘쇼와(昭和) 시대’는 침략 전쟁과 패전, 부흥으로 이어진 일본 역사의 격동기였다. 나가코 황태후는 이런 ‘쇼와 시대’의 마지막 상징이다. 미치코(美智子) 황후나 마사코(雅子) 황태자비가 모두 평민 출신이어서 황족 출신의 마지막 황후이기도 했다.

‘쇼와 시대’의 잔상이 사라지면서 마스코트로 남은 ‘상징 천황’의 모습이 한결 또렷해 지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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