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반대하는 병·의원들의 집단폐업을 이틀 앞둔 18일, 서울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 고대안암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환자들을 조기퇴원시키고 전공의들이 파업을 준비하는 등 ‘폭풍전야’의 분위기였다.특히 병원 마다 환자와 환자가족들은 ‘목숨을 담보한 폐업’이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울부짖어 곳곳에서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서울대병원에는 각층마다 의사와 전공의들이 환자들에게 알리는 파업 공고문이 나붙어 파장 분위기마저 자아냈고, 신촌세브란스 병원은 환자들에게 20일 이전 ‘조기 퇴원’을 권유하며 폐업준비를 본격화했다.
서울 시내 각 병원 응급실과 입원병동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이 의료진을 붙잡고 “20일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냐”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고, 암수술 환자나 조기퇴원 통보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병원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대병원에서 19일 유방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김모(54·여)씨는 “수술 후 치료도 못받고 방치될까 봐 수술하기가 겁난다”고 울부짖었다. 암병동 보호자 김경애(金京愛·56·여)씨는 “하루라도 항암제를 못 맞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3대독자 외아들은 어떡하느냐”며 망연자실했다.
22일 디스크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박모(42·여)씨도 “수술이 연기됐다는 통보만 들었을 뿐 언제 수술을 받을 지도 모르는 상태”라며 불안에 떨었고, 고대안암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은 남편을 돌보고 있는 임모(56·여·강원 양양군)씨는 “위암 말기 수술을 받은 지 겨우 닷새가 지났는 데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니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 보호자 김모(47·여)씨는 “아침 회진때까지 아무말 없다가 내일부터 파업이라니 말도 안된다”며 병원측을 비난했다.
○…집단폐업을 선언한 의사들은 “환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폐업은 불가피하다”며 강경한 분위기. 17일 실시된 전공의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의 한 전공의는 “일단 폐업이 진행되면 응급실과 중환자실도 예외없이 참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문인석(文仁錫·32)씨는 “올바른 의약분업을 위한 의사들의 주장을 밥그릇 챙기기로 매도하지 말라”고 소리높였다.
김대중(金大中·32)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일단 폐업기간을 일주일로 잡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폐업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실과 중환자에 대해서는 비상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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