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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열전](14) MBC '전원일기' SBS '파도'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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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열전](14) MBC '전원일기' SBS '파도' 김정수

입력
2000.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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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전원일기' SBS '파도' 김정수푸른하늘처럼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

교통사고가 났다. 부상을 당한 여자가 피를 흘리며 차에서 나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람에 날리는 원고를 챙기는 일이었다.

중상이었다. 병원으로 가는 대신 그녀는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드라마 원고를 정신없이 찾았던 여자. 그가 바로 MBC ‘전원일기’극본을 쓰고 있던 작가 김정수(51)이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26일 막을 내린 SBS 인기 주말극 ‘파도’를 끝내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8개월간의 ‘파도’를 끝내던 날, 그는 “그동안 푸른 하늘을 보지 못했으니 마음껏 푸른 하늘을 보고 싶고, 다리가 아프도록 한 없이 길도 걷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곧 바로 다음 작품구상이 그녀를 옥죄었다. 휴식이 아니다. 요즘 드라마의 윤곽을 그리고 취재를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현역 작가들에게 존경하는 동료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름이 ‘김정수’다.

왜 그럴까? 유명작가 김정수가 아니라, 이웃의 평범한 아줌마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수다도 잘 떨고 힘든 동료를 보면 진정으로 가슴 아파한다.

“경쟁이 치열한 방송가에서 참 찾아보기 힘든 따뜻함과 인간미가 있는 사람” 이라는 김한영 PD의 말처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가다.

1981년부터 1993년까지 12년동안 썼던 농촌드라마 ‘전원일기’, 혼자 된 어머니의 홀로서기를 그린 ‘엄마의 바다’, 그리고 가족의 따뜻함을 그린 ‘그대, 그리고 나’ 등 작품은 그녀를 너무 닮아있다.

부드러움 뒤에 강직함도 숨어있다. 전두환정권시절 ‘전원일기’의 내용을 문제 삼은 외부 간섭에 단호하게 맞서 결방된 적도 있다.

그녀는 강조한다. “작가는 글의 테크닉보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김정수는 시어머니와 아줌마들이 ‘파도’를 쓰는 동안 여주인공 김영애를 죽이지 마라고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꿈이 있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 지를 김정수에게서 본다. 글이 쓰고 싶었다. 남녀차별 하지 않는 아버지 덕분으로 문학소녀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주간신문사에 근무하다 결혼을 했다. 결혼해서 애 낳고 남편 뒷바라지하다, 잊고 있던 글쓰기의 꿈이 되살아났

다. 이것이 1979년 MBC극본 공모에 당선으로 이어졌다. “아는 것만 쓸 수 있다”는 김정수. 가족 홈드라마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집필하는 극본이 방송되는 동안 반사적인 습관이 나타난다. 베란다에 나와 앞 단지의 거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텔레비전이 놓여있는 거실의 불빛의 변화로 드라마 시청 여부를 알수 있기때문. “‘그대, 그리고 나’방송될 때 대부분의 거실의 불빛이 비슷하게 변화해요. 전율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드라마에서 거짓말을 못하겠어요.”

작가, 김정수는 또 하나의 꿈을 꾼다. 사랑은 그 사람 대신 죽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사람 대신 죽어주고 싶은 것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꿈을.

◇약력

▲1949년 여수 출생 ▲1972년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79년 MBC극본공모 당선 ▲MBC TV‘제3교실’‘겨울안개’(1979년) ‘전원일기’(1981-1993년, 백상예술대상·한국방송대상)‘엄마의 바다’(1993년) ‘전쟁과 사랑’ (1995년)‘그대, 그리고 나’(1997년·백상예술대상·한국방송대상) SBS TV‘파도’(1999년)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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