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제도 시행을 둘러싼 정부-의료계 대립이 해소되지 않아 사상 유례없는 의료대란이 일어날 태세다. 정부의 회유책을 거부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집단휴폐업 금지를 내용으로 한 보건복지부의 지도명령을 무시하고 예정대로 집단폐업 투쟁에 돌입키로 결정했다. 그 전단계로 대형병원들이 입원환자를 받지않고 수술을 연기하는가 하면, 진료예약 접수도 거부하고 있어 파업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같다. 20일부터는 1만8,000여 동네의원 대다수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제 국민건강권은 누가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 국민은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시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의료계에 이성적인 대응을 권고한다. 의료계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던 의약분업은 지난해 시민단체들의 중재로 의사협회와 약사협회가 동의해 금년 7월1일 시행이 결정됐다. 그 뒤 전문의약품 분류, 임의조제와 대체조제, 처방료 현실화 등 의료계의 요구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협회 사이에 오랜 협의가 있어 왔다.
우리가 보기에 극한적인 투쟁방법을 고집해야 할 정도로 의료계의 요구가 무시된 것은 아니다. 의약품 실거래가제도 시행에 따른 의사들의 손실보전 조치가 있었고, 엊그제는 쟁점의 하나였던 처방료와 조제료를 각 69%, 39.7% 올려 주었다. 의보재정 건실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7월부터 의료보험료를 9.2% 올린다는 발표도 있었다.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평가단을 6개월간 운영해 제도불비로 인한 시행상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약속도 공표됐다.
이런 모든 조치들이 설혹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우선은 시한에 맞춰 제도를 시행한 뒤 그때 그때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는 것이 바른 태도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이 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사이기를, 또는 병원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집단폐업은 철회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의료비 부담증가를 감수해 가며 수용하는 제도라면, 더구나 그것이 세계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선진적 제도라면 의료계가 앞장 서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협의회 소속 의사와 약사들이 엊그제 “올바른 의약분업 정착을 위해 공동노력하자”고 선언한 사실에 유의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평균적인 의사상은 아직 고소득층에 속하고, 무엇보다도 사회의 존경을 받는 직업인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하고 명분 또한 뚜렷한 제도를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를 포기하거나 법까지 어겨가면서 거부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 아직 시간은 있다. 의약분업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노력은 오히려 의료계 자체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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