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이 사실상 마비됐다. 시중통화량은 늘고 있으나 초우량 재벌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운영자금을 제때에 구하지 못해 연쇄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대우처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기업 정리, 금융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용경색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18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총통화량(M2)이 5월 현재 369조원(평잔기준)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3.6% 늘어났는데도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하면서 몇몇 재벌그룹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시 중통화량은 넘처 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견그룹의 연쇄적인 흑자도산이 우려될 정도로 자금시장이 위축되어 있다.
돈은 투신사와 종금사 등에서 이탈, 은행의 저축성 상품에 몰리고 있는 반면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대출·채권매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돈이 은행에 몰리고 있지만 은행에서 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10조원 규모 채권전용펀드와 은행 단기신탁상품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현 시장 상황을 치유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달 금융기관에 2조5,21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한데 이어 이달 12일까지 1조5,600억원을 갚았다. 반면 기업들이 회사채를 새로 발행한 규모는 5월 1조8,240억원, 이달 12일까지 7,120억원에 불과해 순상환 규모가 지난달 6,970억원에서 이달 8,48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기업들은 7월 이후를 더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달부터 채권시가평가제가 시행될 경우 회사채 금리가 폭등,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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