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는 만큼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공론화, 큰 틀의 손질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아직 신중하다. 15대 국회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보법의 개정을 추진했지만 보수층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한 전례를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여야간에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며 ‘민의’를 국보법 해법의 가장 큰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국보법 문제를 단일사안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남북화해의 큰 흐름속에 각종 법령 제도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접근, 보수층의 거부감을 희석시키려 한다.
이해찬(李海瓚)정책위 의장은 18일 “대체입법을 할 것인지, 현행 국보법을 부분수정할 것인지도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5대 국회에서 추진하다 자민련 등의 반발로 포기했던 ‘민주질서수호법’으로의 대체입법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는 의미. 물론 당내에선 “국보법의 폐지는 국민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현실론도 많다.
15대 국회 당시 민주당의 개정안은 이적단체 구성죄를 완화하고 찬양고무죄와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죄, 불고지죄 등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내심 이 개정안을 기초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조항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의장은 “상황이 급변한 만큼 15대 때의 국보법 개정안은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 이에 국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야당이 주장하는 상호주의 차원에서의 북한 형법 개정문제에 대해선 “우리쪽이 먼저 변화해 북한의 옷을 벗기자”는 시각이 강하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한나라당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지극히 조심스럽다. 아직까지 당내 콘센서스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상태다. 개정폭을 놓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은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탓에 어떤 주요당직자도 딱 부러진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여론의 흐름을 살피고 있지만 이마저도 입장 정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한국일보의 긴급여론조사서도 ‘남북 대화의 진전도를 봐서 보안법 폐지를 차차 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이 45.9%였지만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6.4%나 되는 등 여론이 한 군데로 모아지지 않은 까닭이다.
분명한 것은 남북 관계의 급변이라는 ‘현실’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남북 공동선언까지 나온 마당에 어떤 식으로든지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가닥을 잡았다. 즉 국가보안법을 손질하게 되면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나 북한 형법의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
개정하더라도 ‘독소 조항’을 고치는 제한적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다. 제10조(불고지죄)는 폐지하더라도 제7조(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 등은 남북 관계 변화의 수준을 봐가며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6·15 공동선언’에 불가침 문제가 빠진 상황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인 2조를 수정할 경우 우리만 ‘무장해제’된다는 주장이다. 이한구(李漢久)제2정조위원장은 “보안법은 우리의 안보를 뒷받침해 주는 힘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자민련
‘원조 보수’를 자처해온 자민련도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자민련은 4·13 총선때는 ‘국보법 개정 반대’라는 원칙하에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손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정 불가피’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보법 대체 입법 추진에는 소극적이다.
정우택(鄭宇澤)정책위의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정을 검토해야 할 국보법의 조항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남북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서두르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원(金學元)대변인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보법 뿐 아니라 여러 관련법의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우선 유엔인권위가 문제삼은 제7조(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를 최우선 개정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 제10조(불고지죄)도 남북관계 변화의 수준을 봐가며 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제2조도 ‘남북정상회담’합의와 앞뒤가 맞지 않은 조항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조 개정을 위해선 북한의 형법 개정등 상응한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 이와함께 당내에서는 “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기회에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자”는 주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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