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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신 펜들고 다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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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신 펜들고 다시와요"

입력
200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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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컬럼니스트 앨 마르티네즈“남과 북의 통합은 이제 출발이고 앞으로 힘든 시간이 많겠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통일은 힘든 만큼 가치있는 일이니까.”

한국전쟁 50주년기념 특집기사 취재차 12일 방한한 미국 유력지 LA타임스의 컬럼니스트 앨 마르티네즈(70)씨는 “남북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놀라운(magic) 일”이라며 “내 인생의 한 부분인 한국에서 ‘드디어 뭔가 일어났구나’하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즈씨는 샌프란시스코주립대를 다니던 1951년 4월 한국전쟁에 해병으로 참전, 이듬해 7월까지 청주 원주 화천 양구 인제 등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참전용사. 그는 “단순히 공산당이 나쁘다는 생각으로 참전했는데 전쟁으로 한국이 황폐해지는 것을 보면서 ‘과연 잘한 일인가’ 의문을 가졌었다”며 “남북 정상이 50년만에 만나는 것을 보면서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즈씨는 자신이 전투를 벌였던 충북 강원 지역을 13,14일 이틀간 돌아보았고 이를 토대로 24, 25일 실릴 5,000자 분량의 기사를 집필한다. 그는 “황량했던 전쟁터는 아름다운 숲으로 변했고 비참했던 도시는 풍요로움으로 가득찼더라”며 “50파운드(약 23㎏) 완전군장을 하고도 산을 잘 타던 내가 맨 몸으로도 산을 오르는 게 힘들어서 세월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종전후 귀국한 그는 UC버클리대로 편입, 국제정치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1952년에 기자가 됐다. 1984년 오클랜드트리뷴의 컬럼니스트로 근무할 당시 ‘캘리포니아 라틴계의 현황’시리즈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985년 LA타임스로 옮겼으며 “부장(editor)으로 일하라는 제의도 많았으나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싶어 마다했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즈씨는 이번 여행 내내 손바닥만한 낡은 초록 표지의 수첩을 들고 다녔다. 전쟁터에서 쓴 일기로 참전 두 달만에 첫 딸이 태어났다는 소식, 화천 북부의 치열했던 749고지 전투 등이 담겨있다. 마르티네즈씨는 일기와 이번 취재여행를 토대로 한국전쟁에 대한 책을 2년후 펴낼 계획이다.

“경계는 정치가 만드는 것이고 이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사람”이라는 마르티네즈씨는 16일 출국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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