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위원장이 뜨긴 떴다. 오죽하면 남쪽 젊은이가 한국일보 인터넷 사이트 여론마당에 ‘DJ는 H.O.T 콘서트에 잘못 찾아온 젝스키스’라고 분통을 터뜨릴까. 젝스키스는 해체된 그룹이다. 역사적 정상회담에서 주연스타 자리를 내준 듯이 보이는 게 안타까운 모양이다. 그러나 요즘엔 누구든 뜨면 짱이다. 볼품없이 생긴 탈북자 전철우도 떴는데, 북한 연예계 영원한 젊은 오빠가 못 뜰 이유가 없다. 배 나오고 키높이 구두에 머리칼까지 세운 걸 흉보는 이가 촌스런 노땅이다.■일부에서는 이런 세태를 걱정한다. 안팎에 자신을 부각시켜 경제지원을 얻으려는 고도의 연출에 현혹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야말로 기우(杞憂)다. 그가 뜬다고 오빠부대가 몰릴 것도 아니고, 돈줄 쥔 부모들까지 넋이 나갈 리도 없다. 남쪽을 현혹시킨 뒤 전쟁준비를 할 처지도 아니고 보면, 장년인 그가 힘겨운 인기몰이에 나선 것을 가상하게 여길 만하다. 이걸 다 DJ 햇볕정책의 결실로 보고, 남북사이가 기적처럼 편해진데 안도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도 걱정많은 전문가들은 제 잘못부터 반성하는 게 좋겠다. 들뜬 국내언론은 물론, 외국언론도 “김정일이 반미치광이가 아님이 드러났다”고 논평한다. 그것도 언론의 카멜레온 속성이지만, 결국 그동안 그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기보다 근거없이 희화화(戱畵化)한 학자들에게는 통렬한 질책이다. 북한 관찰자로 잘 알려진 영국 리즈대학의 에이단 포스터카터 같은 이는 일찍부터 김정일을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를 지닌 새 세대 인물로 보았다.
■냉전시대 공산권 관찰자의 흔한 과오는 공산권 지도자를 비이성적 존재로 치부한 것이다. 냉전을 종식시킨 개혁자 고르바초프가 뜰 즈음에도 ‘위장평화공세’를 경고한 전문가가 우리 사회에 많았다. 김위원장을 고르비에 비길 순 없지만, 그의 이성적 생존전략도 이성적 안목으로 가늠해야 한다. 그가 나중에 ‘통일대통령’출마라도 한들 이상할게 뭔가. 분단과 대치가 마냥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낡은 생각의 틀을 깨고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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