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의 기운이 당장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평소 별 것 아닌 폭행사범 등으로 늘 소란하던 경찰서 형사계나 파출소들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완연하게 조용해 졌다.일선경찰서 형사들은 한결같이 “김대중 대통령 방북 첫날인 13일이후 폭행, 가정폭력 등 ‘감정싸움’은 물론이거니와 절도, 강도사건들까지 현저히 줄었다”며 “분명히 남북 화해무드의 파급효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16일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에 따르면 정상회담 기간인 13·14·15일 112신고 접수건수는 각 3,708건, 3,515건, 3,751건. 이는 바로 전날까지의 일일평균 신고횟수 4,200여건에 비해 14% 정도가 줄어든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단순시비로 인한 폭행이나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하루 평균 2,200여건에서 1,900건 안팎으로 급감했고 절도와 강도 등의 범죄발생률도 10%정도 줄었다.
관내에 유흥업소가 밀집한 우범지대가 많아 매일 10-20건씩의 사건이 발생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경우도 13일 발생사건은 5건, 14일은 5건, 15일은 7건에 불과, 형사계 사무실이 ‘개점휴업’상태를 방불케 했다. 이나마도 취객간의 사소한 시비가 대부분이어서 구속영장 신청은 아예 한건도 없었다.
이런 현상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 신림동, 방배동 등을 끼고있는 서울 관악경찰서의 하루평균 사건수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인 5건 정도에 머물렸다.
영등포서의 한 형사는 “과거 원수같던 남북의 정상이 포옹까지 하는 판에 별것 아닌 일로 주먹질하는 게 스스로도 우습지 않겠느냐”고 나름대로 분석한 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우리도 한결 힘을 덜게 될 것”이라고 반가워 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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