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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남과 북, 같은 것과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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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칼럼] 남과 북, 같은 것과 다른 것

입력
200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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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들이 상호 이해의 길을 모색하는 한일교류좌담회의 제2회 행사가 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사 공동주최로 5월에 열렸다. ‘한일 근대의 기로’가 주제였던 이 좌담회에서 한 일본참석자는 “조선은 왜 일본처럼 슬기롭게 근대화를 하지 못했느냐”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은 바쿠후(幕府)군과 정부군의 최후결전인 1868년의 보신(戊辰)전쟁때 극적 협상으로 외세개입의 틈을 주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다. 조선은 그렇지 못해 근대화가 외세침략으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그는 병자수호조약(1876년) 이후 일본의 조선침탈이 잘못임을 인정하면서도 “조선에는 자주적 근대화를 위한 지혜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고 말했다.15일 돌아온 김대중대통령도 인사말을 통해 조선조 말엽에 단합과 근대화를 외면함으로써 망국의 설움을 당했던 역사를 돌이키고, 일제 35년과 분단, 6·25로 이어진 민족의 수난을 열거하며 한민족의 단합을 강조했다. 사실 최근 100여년의 역사를 살펴 보면 안타깝고 한스러운 점이 많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근대화 개항기였던 19세기 말과 지금 상황이 비슷해서인지 근대화 여명기를 되돌아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6·15선언은 한민족 단합을 위한 큰 분수령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선언에서 가장 고무적인 점은 공통점 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서로 다른 것만 꼬집으며 대치해온 남북은 통일방안의 공통점을 토대로 화해와 협력을 지향할 수 있게 됐다. 김정일국방위원장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우리 민족이 이제는 내려다보는 세상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우리는 세계사의 무대 전면에서 내려다 보며 살 수 있어야 한다.

민족단합을 이루려면 같은 것을 찾아내야 한다. 같은 것 속에서 다른 것을 찾고, 다른 것 속에서 같은 것과 더 나은 것을 찾아내 공유해야 한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북한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 남과 북은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한이 다원적 민주사회라면 북한은 일원적 공산사회다. 군중과 집단, 열광과 통제 이런 것들이 북의 구성요인이라면 개인과 공동체, 자율과 참여 이런 것들이 남의 구성요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어야 한다. 우리가 북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근면과 절약, 예절이며 자신의 주장을 일관성있게 펴는 논리이며 고유의 전통과 정신을 지켜가려는 주체성이다. 북이 배워야 할 것은 다원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방식, 개인의 창의와 인권을 존중하고 공동체의 선(善)을 추구하는 민주사회의 대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북과 다른가. 평양에서 60만인지 40만인지 모를 사람들이 김정일, 김대중을 연호하고 열광하는 모습은 기분좋기도 했지만 끔찍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할까. 김대통령이 서울을 떠날 때에도 동원말썽이 있었지만 15일 서울거리에 나붙은 “감축(感祝)드립니다”수준의 환영플래카드와 동원인파는 3공화국시절을 연상케 했다. 이번 경우만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요인의 행차에는 불필요한 환송·환영인파가 들끓는다. 윗사람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권위적인 요소, 비민주적 관행과 제도, 냉전적 사고와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올 때 평양시민들처럼 고운 한복차림으로 나가 열광적으로 꽃을 흔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평상복차림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환영인파가 나올 것이라는 자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르면서 보다 나은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한민족의 단합 여부는 북한보다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북이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편집국 국차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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