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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소녀' 에스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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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소녀' 에스더 김

입력
2000.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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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보단 희생…태극정신"“제가 한 일이 할리우드 영화감인가요.”16일 대한항공편으로 내한한 ‘태권소녀’에스터 김(20·한국명 김미희·사진)은 “너무도 평범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뒤에야 한달 전을 회상했다.

에스터 김은 지난달 22일 시드니올림픽 미국 태권도대표선발전 여자핀급(-48㎏) 결승서 무릎부상으로 신음하던 친구 케이 포(18)를 위해 용기있는 기권을 해 전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미국사회에 태권도붐이 일어난 것은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무료참관권까지 받았다.

20일 개막하는 2000 춘천오픈국제태권도대회 참관차 만 1년만에 고국을 다시 찾은 그는 예상치못한 환대가 믿기지 않는 듯 했다. 그는 “포가 정상적으로 뛸 수 없어 양보했을 뿐이에요. 저는 줄곧 앞장서서 희생하라고 배웠지 남의 불행을 이용하라고 배운 적은 없거든요. ”라며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또 뉴욕타임스 등 일부 미 언론이 노력을 더 많이 한 포를 제치고 시드니에 나가 제대로 성적을 못낼까 두려워서 계산적인 포기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정정당당하게 맞섰을 때 진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포의 실력이 한수 위여서 양보했다는 말도 전혀 하지 않은 걸요. 다만 부상자랑 겨루는 것이 태권도정신에 어긋난다는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희생정신을 최우선에 두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태권도정신은 올림픽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밝힌 그는 아버지의 나라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1974년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건너가 태권도전파에 앞장서온 아버지 김진원(48)씨도 “이번처럼 보람을 느낀 적도 없었다”며 둘째 딸을 무척 대견스러워했다.

사실 13년동안 에스터 김과 포의 사범이기도 했던 그는 “포는 시드니올림픽서, 내 딸은 11월 팬암대회서 꼭 우승을 차지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에스터 김은 며칠전 MGM사로부터 영화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일화말고 무술영화배우로 뛸 수만 있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연극반서 다진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에스더 김은 23일 국기원으로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회장을 예방한 뒤 클린턴대통령으로부터 ‘스포츠시민상’을 받기 위해 25일 이한한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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