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 해태 김응용감독(59)의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남북정상간 합의로 50년동안 기다려왔던 가족상봉의 천금같은 기회가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평안남도 평원군 검산면에서 2남5녀중 넷째로 태어난 김감독은 51년 1·4후퇴 당시 평양까지 가족 모두 피란을 가다 헤어지게 돼 부친과 큰누나와 함께 부산까지 내려온 실향민.
부친마저 망향의 한을 안고 2년전 눈을 감았던 김감독은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북한에 남은 가족의 생사는 알 길이 없었다.
지난 50년동안 될 듯 말듯 애만태우던 이산가족 상봉이었기에 허탈감에 기대를 완전히 버렸던 김감독이었던 만큼 “더 이상 이산가족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말을 잊지않았다.
비단 가족뿐 아니라 올초 중국전지훈련 당시에는 북한야구팀과 경기를 몇차례 했다는 중국 광동성 코치로부터 북한야구대표팀의 전력도 들어보는 등 북한소식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9월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선수단 동시입장이 확실시 돼 올림픽야구팀 감독을 맡은 그로서는 고향사람들과 손을 잡고 올림픽에 참가할 수도 있어 남북정상 합의문을 대하는 감격은 더욱 진하다.
한국시리즈를 9차례 평정하는 동안 잘 할때나 못할때나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냉혹한 승부사’ 코끼리감독도 남북정상회담이후 다시 한번 찾아온 혈육상봉의 기회에 “너무 기쁘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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