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센터 대만기자“피는 진하다는 사실을 새삼 뼈속 깊이 느끼고 갑니다.”
15일 서울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또 다른 분단국가인 대만 TVBS방송 팽샹힝(彭商興)국제부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충격과 감동의 3일”이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취재차 지난주 방한한 그는 “쏟아지는 엄청난 뉴스거리에 프레스센터가 문을 연 이후 하루도 잠을 제대로 못잤다”면서 “하지만 14일 밤 남북정상의 축배 모습에 쌓였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첫 대면을 지켜보던 1,20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취한 행동을 두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면서 “그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대만인들에게 생생히 전하려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도 이산가족이라면서 헤어진 피붙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회담기간에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이 보여준 가슴 찡한 모습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본토에 유학을 갔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창건으로 헤어진 삼촌을 30년 뒤인 1979년 태국에서 상봉했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밤중에 남북합의문이 발표돼 15일 새벽 대만으로 내용을 긴급 타전하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른 그는 “통일을 최대의 목표로 삼은 남북의 뜨거운 형제애가 부러웠다”며 “중국과 대만은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북한 김위원장이 회담 내내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연기’ 여부를 따지기 전에 베일 속에 가려졌던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 인민들에게 막강한 카리스마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의 통치력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그는 철조망을 뜯어내고 영토를 합치는 것만이 통일로 여겨졌던 기존 관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도 통일의 한 모습이라는 새로운 접근에 도달한 것을 이번 남북정상 회담의 가장 충격적인 성과물로 꼽았다.
“두 정상은 통일의 완성자가 아니라 문을 열어젖힌 ‘문지기’입니다.” 프레스센터에서 가방을 챙기던 팽부장의 마지막 말이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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