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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행복위해 일하길"-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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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행복위해 일하길"- 달라이 라마

입력
200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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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현지인터뷰제14대 달라이라마(65)는 단순히 티베트의 정치적, 종교적 지도자만은 아니다. 메마른 현대문명에 종교적 양식을 제공해온 몇 안되는 세계인의 정신적 지도자 중 한명이다.

그 밑바닥엔 근대문명 저편에서 종교적 순수성을 잃지 않은 티베트 불교의 자비심과 함께 비폭력 평화투쟁이란 그의 일관된 티베트 독립운동의 삶이 깔려있다.

14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인도 다람살라 달라이라마궁에서 가진 인터뷰에서그는 “폭력을 통한 문제해결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남북 정상들도 고립된 위치에서 한발짝 앞으로 나와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문제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예전부터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다는 그는 초청단의 방한 요청을 수락하며 “세계인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한국인과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로 방한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어디를 가든지 그 나라 정부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모든 일은 부드럽게 나아가야 한다”면서 원만하게 방한문제가 해결되기를 기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방문 문제 원만한 해결 희망

남북지도자 모두 경험이 많은 분"

-한국 방문 목적은?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나의 방문은 비정치적인 것이었다.

이번 방한의 목적 역시 인간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있다. 다음으로 종교적 화합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티베트 불교와 한국불교의 상호교류에도 힘쓸 것이다.

1960년대 중반쯤 나의 고모 중 한명이 동국대에 티베트 경전을 기증한 이후 티베트 승려가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많이 가졌고, 나에 대한 초청도 수락했다.

같은 불교국가로서 한국 방문을 열망해왔다. 한국은 정통성이 강한 나라다. 많이 배우고 싶다.”

-한국에 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한국 친구들로부터 김치 선물을 자주 받았다. 우선 방한하면 한국 본토에서 김치를 맛보고 싶다.(웃음) 학자와 대중들을 만나고 싶다.

또 정치지도자가 만나기를 원하다면 만날 것이고, 원치 않는다면 만나지 않을 것이다. ”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남북정상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의 근본신념은 무력을 쓴 문제해결 방식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고립된 위치를 벗어나 한발짝씩 앞으로 다가서야 한다.

두 정상 모두 경험이 많은 지도자들이기 때문에 내가 드릴 말은 많지 없지만, 인내와 결단력, 그리고 전체적으로 생각하며 조망하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티베트 문제는 어떻게 해결돼야 하나.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는 티베트 독립 대신 자치만을 요구하고 있다.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만이라도 살려야한다. 중국 정부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당신을 ‘살아있는 부처’라고도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고 인류다. 그리고 부처님을 따르는 불자다. 나 자신 단순한 한 사람의 승려다. 41년전 망명한 이래 나는 늘 세계시민으로 생각해왔다.”

-티베트 불교의 특징은?

“티베트 불교 수행자는 대승불교, 소승불교, 탄드라불교의 가르침을 모두 공부하며 수행한다. 나는 신경학, 물리학, 심리학 등을 공부했다.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런 것들이 모두 불교에 공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학자는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마음의 과학이라고 했다.

티베트 불교는 이런 공부와 수행을 통한 사람의 심성 뿐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미치는 자비심으로 표현된다. 자비심이 가장 중요하다. 자비심을 통해 외적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망명상태에서 티베트 문화와 종교를 보존하는 방법은?

“억지로 시킨다고, 박물관에 둔다고 문화와 종교가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에 대해 올바로 인식한다면 자발적으로 나설 것이다.”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다. 건강비결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잘 자고, 잘 먹고, 마음을 평화롭게 가지는 것이다. 한국인삼이 몸에 좋다고 하던데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모두 웃음) 불교관계 책을 많이 본다. 요즘 보고 있는 것은 불교 인식론과 관련 책이다.”

인도 다람살라=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다람살라의 한국인 자매

"불교철학·요가 재미있어요"

“여기서 불교공부 하는게 재미있어요. 하나의 도전이지만 이를 극복하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해요”

달라이라마의 망명정부가 자리잡고 있는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학교엔 뜻하지 않게도 한국인 학생들이 있었다.

양지애(梁智愛·16) 지인 (智仁·14) 자매. 이 둘은 TCV(Tibetian children's village)의 9학년, 10학년생.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중3, 고1이다.

한국에 부모님을 두고 이 곳에 온 지 벌써 4년째. TCV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한국의 학교와 마찬가지로 영어 수학 과학 등 일반과목을 배운다.

여기에 덧붙여 티베트어, 힌두어, 그리고 불교는 한국에서 접할 수 없는 과목들.

이들이 다른 나라도 아니고 티베트 망명도시의 학교에까지 조기 유학온 이유는 무엇일까. 요가를 하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종교적 순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독특한 불교문화를 이룩한 티베트불교를 일찍부터 접하게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불교문화로 치자면 티베트가 선진국인 셈이다.

“기도하고 명상할 때 아주 행복하다”고 말하는 언니 지애양. “일제식민통치를 받은 우리 나라처럼 티베트인들도 고통받고 있다”며 “같은 소수민족끼리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애양의 희망은 인도 바라나쉬 대학으로 진학해 불교철학을 더욱 깊게 공부하는 것. 동생 지인의 희망은 요가공부. 인도 현지에서 요가를 배워 고국에 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만큼 개성적인 조기유학이 있을까.

송용창기자

■티베트 망명정부 위치한 인도 다람살라

해발 1,900m… 영국 식민지 시대 휴양지

티베트의 수도 ‘라사’가 망명해 왔다고나 할까. 제 14대 달라이 라마의 망명 정부가 자리잡은 인도 다람살라는 라사를 본 딴 마을 같다.

조캉사원, 남걀사원, 네퉁 사원 등 라사의 핵심 사원의 대체물이 세워져 있는 등 라사에 대한 망명객들의 그리움과 티베트 자치의 염원이 가득 배어 있다.

다람살라는 인도 뉴델리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꼬박 16시간을 들어가야 나오는, 해발 1900㎙의 산악 고지 마을이다.

뒤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아스라히 펼쳐지고 아래로는 인도 히마찰 프라데쉬 주(州)의 험준한 깍아지른 계곡의 수려함으로 식민지 시절 영국 통치자의 휴양지로도 애용됐지만 1959년 티베트를 탈출한 달라이라마가 6,000여명의 티베트인과 함께 정착하면서 다람살라는 세계의 이목이 쏠린 망명도시가 됐다.

수백㎙, 심지어 수천㎙ 밖에서 오체투지(五體投地)를 반복하며 순례한다는 티베트 불교의 성전 조캉 사원, 달라이 라마가 대중에게 설법하는 남걀 사원 등 비록 천년의 티베트 불교 역사가 깃든 라사의 사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다람살라의 사원에는 인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12만 티베트 망명인들의 절실한 기원이 담겨있다.

다람살라의 조캉사원에는 티베트에 불교를 전한 파드마삼바바와 관세음보살 상과 함께, 1960년대 문화혁명 당시 티베트에서 파괴된 불상의 목 2개가 함께 봉안돼 있어 눈길을 모은다.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에 의해 티베트 사원 6,000여개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남걀 사원 바로 앞에는 인도 거지 백여명이 진을 친 채 구걸하고 있어 더욱 역설적이다.

국가적 대사 때 신탁을 받는 곳인 네퉁사원은 티베트불교의 독특한 주술성을 엿볼 수 있는 곳. 토속신앙인 본교(bon敎)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신탁자는 무당과 비슷하다.

이러한 본교와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 티베트 불교의 가장 큰 독특성은 다름 아닌 활불(活佛)과 환생이다. 달라이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그 영혼은 대를 이어 환생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네퉁사원 바로 옆에는 티벳 망명정부가 자리잡고 있다.

달라이라마라는 신왕(神王) 밑으로 수상 1명, 장관 7명으로 구성된 내각과 망명 티베트인의 선거로 선출된 46명의 의원이 모인 의회 등 나름의 체계와 틀을 가지고 티베트 자치를 도모하고 있다.

그 어디 보다 다람살라에서 가장 생기가 넘치는 곳은 아마도 TCV(Tibetian children's village)일 것이다. 유치원에서 고등학생까지 700여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이 곳은 티베트의 내일이다.

달라이라마의 여동생 제툰 페마(Jhetun Pema)가 총책임자로 있는 TCV는 인도 전역에 7개가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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