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의 의의송영대=이번 6·15 선언은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서 상호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혀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을 뿐 아니라 특히 선언에 직접 서명 함으로써 앞으로 남북관계가 지향해야 할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가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변화에 맞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룰을 제시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고유환=상호 불신 해소와 신뢰 조성에 일단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특히 정상회담 방식은 과거의 해묵은 구원을 일시에 해소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대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점에서 남북 개선에 큰 희망을 걸게 한다.
▲공동선언 평가
송영대=공동선언 1항(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은 통일 문제에 관한 원칙과 방향에 대해 논의를 갖고 합의했다는 점이 평가돼야 한다. 그런데 ‘자주적’이라는 용어가 문제다. 그동안 남과 북은 이 용어의 개념을 제 각각 해석해 왔다. 남측은 당사자 해결 원칙으로, 북측은 외세 배제, 즉 미군 철수 및 한·미·일 공조 파기의 개념으로 해석했다. 이번에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 점을 강조했다. 쌍방간에 입장 차이가 현저한 만큼 ‘자주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의 소지가 있다.
2항(양측통일방안 공통성인정)에 대해 남측에서는 연합제를 얘기하고 있다. 연합제는 김대중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제시했던 ‘3단계(국가연합-연방-통일)통일론’ 가운데 첫 단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북에서는 연방제를 주장해 왔고 공동선언에도 문구가 들어있다. 연합과 연방은 다르다. 연합은 국제법상 국가연합을 의미하는 데 두개의 국가가 각기 주권을 갖고 행사하면서 일정 부분 상호 협력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두개의 주권을 전제한 개념이다. 그러나 북측이 말하는 고려연방제는 단일 주권제다. 즉 남과 북이 연방제로 통일한 다음 연방정부가 하나의 주권을 갖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를 접목시키는 데 큰 어려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합제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연합제는 김대통령이 야당 총재때 제시했던 방안이지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공식적으로 천명된 정부의 통일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유환=1, 2항은 통일의 원칙과 방안을 설정한 부분이다. 나머지 세 항목은 현실적인 당면 문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1, 2항은 북측이 주장해온 조국통일의 3대원칙과 고려연방제 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동선언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외세 배격 문제 등을 놓고 다시 남북간에 갈등을 겪을 수 있고 미국과 갈등 할 소지도 있다. 당위론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현실론으로 들어가면 주한미군 문제 등과 관련, 상당한 문제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장기적인 전략 연구가 있어야 한다.
통일 방안과 관련, 어느 정도 합의를 도출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남측은 자유민주주의를, 북측은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데, 즉 목적 지향이 다른데 어떻게 조화점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표면적 형태가 비슷하다고 해서 본질도 비슷하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간 형태의 비슷한 점을 인위적으로 찾아 냈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은 김영삼 정부때 제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화해 협력-남북 연합-1민족1국가의 통일국가)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 방안은 자연인으로서 밝힌 것이다. 합의서에 나타난 연합제는 정부 공식 입장에서 보면 두번째 단계, 김대통령에게는 첫번째 단계에 해당되는 것 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이 새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영대=평화 공존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통일은 후대에 맡기는 게 좋겠다는 게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후 밝힌 기본 입장이다. 야당 총재때는 3단계 통일론을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통령이 통일 문제에 관한 기본 입장이 현재 어느쪽에 있느냐가 불분명하다. 국내적으로 혼란이 있을 수도 있고 북측과 협상할 때 어떤 통일 방안을 가지고 갈 것 인가하는 어려움도 있다.
송영대=고향방문단 교환은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는 시범 사업, 1회성 사업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앞으로 남북 관계는 경제 협력 중심으로 진행될 것 같다.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면 경제 공동체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재원이 소요될 북한의 SOC 지원에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 당국간 대화 지속 문제는 한반도 문제를 책임있는 남북 두 당국이 풀어간다는 당사자 해결 원칙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성과다. 여러 수준 여러 형태의 대화를 생각할 수 있는데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돼 있는 각종 공동위원회를 가동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유환=통일관련 항목은 북측의 안이 수용됐고 나머지는 우리측이 요구했던 사항이 수용된 것이다. 두가지가 절충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산가족 방문 은 시범 사업 차원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것이 없는 것 같다. 경협 부문에서는 지원 규모가 남북관계 개선의 관건이 될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이 통상의 정상회담의 역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수준별, 당국, 비당국 회담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거기서 합의된 내용을 다음 정상회담서 양 정상이 추인하는 형태로 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
송영대=남북관계의 현실로 봐서 바람직한 것은 평화 공존의 단계를 거쳐 통일로 접근하는 길이다. 선평화공존, 후통일의 기조 유지가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런데 평화 정착과 관련된 부분이 이번 선언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이게 가장 아쉽다. 베를린선언에도 한반도 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남북기본합의서를 보면 1장 화해, 2장 불가침, 3장 교류·협력으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언에 불가침 부분이 빠진 것은 중대한 문제 일수도 있다.
고유환=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은 남북한 당사자의 문제 일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껄끄러운 문제로 규정한 것 같다. 그래서 언급은 하되 깊이있게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 그래도 불가침 합의 정도는 재확인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된 공동선언은 하지 않을 까 했는데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 선언 조항이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 평화체제로의 전환 문제는 주한 미군 철수와 지위 변경 등이 반드시 거론되는 등 복잡한 논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언급 하지 않은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송영대=정상회담 분위기를 위해 껄끄러운 문제를 뒤로 미룬 것은 이해 가지만 그렇더라도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침략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적인 선언은 했어야 한다.
▲7·4성명, 기본합의서와의 차이점
송영대= 최고당국자의 특사가 중심이 돼 만들었거나(7·4공동성명) 총리가 주체가 된 것(남북기본합의서)에 비해 이번 선언은 두 정상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수준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내용적으로는 7·4성명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 3원칙을 제시한 통일 성명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평화공존에 관련된 합의 문서라 볼 수 있다. 이번 선언은 둘을 혼합시킨 형태및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고유환=의미를 따지면 7·4성명은 북측안을 남측이 수용한 것이다. 북측은 이를 통일의 가장 기본적인 문서로 삼고 있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남측의 안을 북측이 거의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화해·교류및 불가침에 의미를 두었던 합의서다. 북측이 최근까지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을 극구 피하고 있는데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르면 북측이 북방한계선(NLL) 문제등을 거론할 수 없다.
▲전망과 과제
고유환=북측은 최고지도자인 김위원장이 결단하면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다. 상당한 의지를 갖고 실천할 것으로 보는데 과거처럼 ‘선합의 후불이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해 본다.
이번 정상회담은 당사자 해결 구도인데 역설적으로 주변 4강의 대 한반도 영향력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중국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김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북한의 후견자 역할을 약속 한 것으로 관측된다.
송영대=이번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국제기구 진출은 탄력을 받을 것이고, 대 서방 접근도 용이해질 것 같다. 주변 4강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당사자 해결 원칙과 국제 지원 획득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다. 한반도 문제는 민족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양면을 함께 추구하되, 주(主)는 당사자 해결 원칙이 돼야 하고 종(從)은 국제 지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살려나가야 한다.
고유환=국내 반발 여론을 어떻게 설득하고 지지를 확보하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야당의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도 상당한 노력을 해야한다. 미국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당사자 해결 구도가 정착되면 간섭할 가능성이 높다.
송영대=통일에 관련된 부분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비통일 부분 즉, 고향방문단 교환, 경협, 당국 대화는 상당한 진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경협 축을 중심으로 체육 사회 문화 교류가 따라가는 형국될 것이다. 경협과 관련해서는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당국간 대화의 경우 통일문제 경제 사회문화 등 몇개의 분과위원회 또는 공동위원회로 나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보수와 진보세력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있어야 대북 협상력을 발휘 할 수 있다. 두 정상이 민족과 세계앞에 약속한 만큼 과거와 다를 것이지만 북한의 속성으로 봐서 합의를 깰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리=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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