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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3집 음반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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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3집 음반 '클리셰'

입력
200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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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cliche). 8년만에 내는 귀한 앨범에 윤상(32)은 왜 ‘진부한’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대중가요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죠.제 음악도 예외는 아니겠지만.”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그런 진부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고집스러움이 역설적으로 넘쳐난다.

특유의 음울하고 도시적인 색깔이 여전히 묻어있지만 멜버른 심포니의 고급스런 어우러짐과 함께 반도네온, 삼포냐 등 낯선 남미의 악기들이 다소 황량하고 묘한 느낌을 준다.

유달리 제3세계 음악에 관심을 보이던 그였기에 이번 음반이 월드뮤직으로의 본격적인 방향전환이 아닌가 싶다.“나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죠.

본격적인 월드뮤직은 양악에 국악을 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에콰도르 민속 연주팀과 함께한 ‘바람에게’, 스트링을 재즈리듬과 조화시킨 ‘우연히 Paris에서’, 리듬을 절제시키고 어코디언의 일종인 반도네온의 구슬픈 색깔을 도드라지게 한 ‘나를 친구라고 부르는 너에게’등, 곳곳에 소리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스튜디오 녹음 대신 집에서 믹싱 작업까지 혼자 했습니다. 곡 쓰는 시간보다 소리 만드는 시간이 더 길었죠.”

기타 스트로크를 어떻게 넣을까, 스트링을 어떻게 조율할까 하는 것들은 판매에는 별 도움이 안되지만 그에겐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월드뮤직은 무엇보다 매니저의 음악이 아닌, 뮤지션의 음악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그걸 사랑하는 청중이 들어주고…. 그러면서 깊이를 더해가며 백발이 되도록 그 음악을 할 수 있는 거죠.”

윤상이 사랑하는 것은 월드뮤직의 특정한 색깔보다는 그 안정적인 구조다. 데뷔작이라는 심정으로 냈다는 이번 음반에는 최대한 ‘하고 싶은 음악’을 담았다. 가장 아끼는 곡이라는 ‘내일은 내일’이 특히 그렇다.

묵시적인 가사에 급격한 리듬전환으로 쉽게 다가서는 곡은 아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가 하는 말, “노래방에서 널리 불릴 곡은 절대 아니죠.”

가수, 작곡가, 라디오DJ, 각종 방송출연 등 그도 뮤지션보다는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답답한 현실에 어느 정도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저를 비롯한 386세대 가수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대중에게 새로운 기호를 만들어 주기보다는 기호에 맞춰 활동했기 때문이 아닌지….”

40이 넘어서는 어떤 색깔을 갖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윤상.“교수나 영화음악가라는 고고한 벽을 쌓기는 싫고, 결국 뮤지션으로 남아야겠죠.”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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