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엽기를 맛보고 싶다면…지난 10월 뉴욕영화제에서 ‘도그마(Dogma)’가 개봉했을 때, 극장 앞은 성모 마리아 초상과 함께 “신성모독을 멈추라”는 피켓을 든 1,000여명의 항의군중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급기야 극장 문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기독교 신앙인들에게 이 영화는 일종의 신성모독이다.
‘체이싱 아미’에서 헤테로섹스의 질서를 마음껏 더럽혔던 케빈 스미스 감독이었다.
그가 이번에는 하늘에서 징계를 받아 땅에 내려온 두 명의 천사로 신을 마음껏 조롱하며 “코믹 판타지 액션 영화일 뿐이다.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며 항의를 여유있게 받아 넘긴다.
캐릭터는 모두 이율배반적이다. 인간의 상식에 도전한다. 미국 위스콘신으로 추방당한 추락천사 로키(맷 데이먼), 바틀비(벤 에플렉)은 “야, 한 판 쓸어 버릴까”라며 잡배들 버금가는 작태를 연출한다.
이들은 승천하여 천국을 한바탕 불지옥으로 만들 예정. 이 천사 악당들에 대적할 인물은 예수의 마지막 후손인데, 그는 여성이며 낙태 전문 의사이다.
인류의 희망이 될 베다니(린다 피오렌티노), 누드 댄서로 천락한 천사 뮤지(셀마 헤이엑), 그리고 ‘구해주면 한번 줄꺼야’하며 달려드는 동방박사들까지. 게다가 말 못하는 예수는 가수 엘라니스 모리셋이 맡았다. 이 정도면 만화도 그냥 만화가 아니라 엽기.
기존의 종교적 논쟁들을 페미니즘과 인종주의 등 다양한 논쟁과 결부시킨 영화는 볼거리와 웃음 거리가 많다.
그럼에도 ‘경계’를 허무는 것 그 자체로 만족해 보인다. 도발적이고, 선정적인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허탈해 보이는 것은 파괴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개봉. 오락성★★★☆ 작품성★★★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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