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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선언/4强 "동북아 신질서 급류"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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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선언/4强 "동북아 신질서 급류" 촉각

입력
200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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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해와 통일의 원칙에 입각한 합의서를 체결한 것에 대해 정상회담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4강은 남북공동선언에 따른 자국의 이해득실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향후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4강의 입장을 살펴본다.

미국은 총론에서는 대환영이라고 반기면서도 각론에서는 미국에 미칠 파장 등을 면밀히 분석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5일 “희망적인 진전으로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하고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에 대해 남한과 대화하도록 촉구해 왔으며 이번 합의는 의미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남북한 지도자들이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매우중요하고 환영할만한 뉴스를 내놓고 있다”며“김 대통령의 비전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며 김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을 재차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지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남북한이 너무 진도를 빨리 나가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예를들면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합의를 이룬 것은 중요하지만 양국이 이 합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조건을 달았고 국무부 바우처 대변인도 주한미군문제등에 대해서는 전반적분석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즉답을 회피한 점등도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다.

이와관련,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미국은 합의문에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혹시나 주한미군철수로 연결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며 “또한 핵과 미사일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옥의 티’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외교관계자는 “북한의 자세가 변화했는지 여부는 28일 뉴욕에서 열리는 북미미사일협상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일본

일본 정부는 15일 남북 공동선언을 ‘역사적인 쾌거’로 환영하고 나섰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동북아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원칙론적 시각과 더불어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북일 수교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남북의 급속한 접근으로 그동안 대북정책의 기본 노선이었던 한미일 3국 연대에 금이 가거나, 일본이 대북 관계 개선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완전히 씻긴 것은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마련된 눈앞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이런 우려를 씻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당위론이 힘을 얻은 결과이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무장관은 이날 남북 대화의 장래에 대해 “반드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표했다. 북일 교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대화가 부드럽게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대북 교섭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미사일 개발 문제가 희석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이런 발언의 배경으로 들었다. 5월로 예정됐던 수교회담의 연기는 이 두 문제의 진전을 조건으로 삼은 일본과 추가 식량지원 을 요청하는 북한이 맞부닥친 때문이다. 남북 관계의 극적인 진전은 북한측의 자세 완화를 부를 수 있다. 동시에 대북 경계감 완화와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의 증대를 불러 그동안 여론에 발목잡혀 있던 일본 정부의 고집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중국

중국은 동북아 신질서 재편가능성을 놓고 자국의 역할 저울질과 대만통일에 미칠 영향을 고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기조는 평화와 안정유지, 당사자 해결원칙이다. 따라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적극 환영하고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자국의 이익 극대화와 한반도 현상유지를 염두에 두고 대처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북한과의 특수관계와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통일전략이 한국의 연합제안이나 북측의 연방제안과 상반돼 자신들의 통일정책과 양립된다며 한반도 통일정책과 대만통일정책을 같이 거론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해왔다.

중국은 그동안 김정일 체제의 정통성을 인정해왔고 고려연방제의 북측 통일방안을 지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 김정일의 비밀 방중을 통해 양국간 주요정책 및 조치에 대한 사전협의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 복원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통일에 대한 공통점을 도출, 함께 논의키로 함으로써 중국이 한반도 통일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의 3국 공조를 우려속에 지켜보면서 러시아 북한과 북방 3각 공조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앞으로 한반도는 2+1(한국과 미국, 북한)구도에서 2+2(중국가세)구도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관련, 중국의 인민일보, 차이나 데일리, 베이징 리뷰 등 언론들은 최근 한중수교후 금기시 됐던 주한 미군철수문제를 자주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아시아에 긍정적 변화가 도래하는 것은 틀림 없지만 달걀에서 뼈다귀를 찾지말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러시아

러시아는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알렉산데르 로슈코프 아태담당 차관은 15일 “남북한 정상이 5개항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는 좋은 신호”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외무부 대변인도 “남북한 두 지도자가 만난 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남북한 화해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신중함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취해온 대 한반도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에 밀려 4자회담에서 소외되는 등 한반도 주도권 경쟁에서 뒤쳐져온 것을 강력한 러시아 건설정책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의 방북 결정도 러시아의 한반도 영향력 회복 시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이번 남북 합의가 자신들의 이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러시아는 오히려 남북의 화해가 미중 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더욱이 남북 화해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의 추진 논리를 뒤집을 수 있는 근거로도 제시될 수 있다.

레오니드 이바쇼프 러시아 국방부 국제협력단장이 14일 “미국에 대한 북한의 실제 미사일 공격의 위협은 전혀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은 미국의 그런 우려를 덜어주는 주요한 진전”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그들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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